보금자리주택 못 가니 … 청약예금자들, 서울 아파트로 눈 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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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명e-편한세상은 행정구역만 광명시일 뿐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고, 휴먼시아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청라지구도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등으로 입주 때는 서울로 다니기가 한층 좋아진다. 이들 단지는 그러나 대부분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청약자가 몰린 것이다. 실제로 광장힐스테이트는 3.3㎡당 평균 2500만원 선으로 주변 시세와 별 차이가 없다. 공덕래미안 역시 주변 시세 수준인 3.3㎡당 1900만~2300만원에 나왔다. 그럼에도 청약 경쟁률은 최고 143.5대1이나 됐다. 분양가가 싼 단지에만 청약자가 몰리던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실수요자들이 주택공급이 부족한 서울이나 서울 대체 주거지를 찾아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소형(전용 85㎡ 이하)을 중심으로 청약자가 몰렸던 상반기와는 달리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 인기를 끈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131㎡는 25가구 모집에 288명이 접수해 11.5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광명e-편한세상 전용 99㎡는 1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광장힐스테이트 권오진 분양소장은 “견본주택 내방객 가운데는 집을 넓혀 가려는 실수요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청약저축 통장을 쓰는 단지는 보금자리주택에 밀려 외면받는 현상도 나타난다. 김포시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한 한강신도시 공공분양 단지는 순위 내에서 전체 가구 수(1474)의 76%인 1065가구가 미달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김포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서울로 다니기가 불편한 데다 분양가도 보금자리주택보다 비싸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약예·부금 통장의 서울 도심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등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지만 한동안 공급부족 사태가 계속될 전망인 데다 보금자리구에서 나올 민간 아파트도 내년 말께나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연말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대거 쏟아진다. 한아름주택 강주택 사장은 “서울 도심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비싼 만큼 시세차익보다는 실수요적인 입장에서 교통·교육 여건을 잘 살펴 청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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