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출연연구소 글로벌화에 해외 전문가 평가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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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한국의 정부출연연구소가 외국 전문가들의 평가를 처음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주 의외였어요. 유럽이나 미국 연구소의 경우 3~5년 주기로 외부 평가를 받거든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의 평가를 위해 최근 내한한 기 브라세르(61·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부소장·사진) 박사의 말이다.

그는 조별로 세 명씩 5개 조로 이뤄진 평가단 중 한국해양연구원과 극지연구소 평가를 맡았다. 기초기술연구회 민동필 이사장이 나서 13개 연구소 평가를 처음으로 외국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브라세르 박사는 “해외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은 연구소 현황과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물론 연구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를 글로벌화하려면 평가나 시각도 글로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연구원들이 평가단을 만날 때 당황하지 않던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여성이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없느냐’ ’소원을 다 들어주는 알라딘의 램프가 있다면 소원이 뭐냐’라는 등 예상치 못 한 질문에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근무 여건은 즉답을 피했지만 소원은 우수인력이라고 답하더라.”

-두 연구소를 평가하니 어떤가.

“성장 잠재력은 아주 높다. 그래서 ▶우수 인력 확보 ▶ 우수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연구소의 전략적 비전 마련 ▶국제 협력 강화 ▶훌륭한 연구 시설 확보 등을 권고했다. 쇄빙선을 이번에 건조했지만 우수인력 없이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극지연구소는 남·북극 연구기지 운영 필수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대기 연구를 위한 항공기가 필요하다.”

-평가 의뢰를 처음 받았을 때의 예상과 한국에 와서 연구소를 본 뒤의 차이는.

“기술개발은 발달했지만 기초과학은 취약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상대로 한국은 결과를 빨리 내려는 정서가 있어 기초과학 분야가 취약한 편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을 따라잡으려면 기초 부분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이 본받을만한 외국 연구소를 꼽으면.

“국가마다 환경이 달라 특정 연구소를 꼽기는 어렵다. 대학 위주의 미국과 연구소 중심의 독일을 혼합한 형태가 적절하다고 본다.”

-연구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연구기관에 더 많은 유연성을 줘야 한다. 젊은 과학자들이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유망 과학자를 지정해 박사후과정, 대학원생, 기술자, 행정원과 같은 필요 인력을 지원해 대여섯 명 규모의 작은 연구그룹을 구성한 다음에 5년간 싶은 걸 하게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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