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금기의 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본선 32강전> ○ 박정환 4단 ● 천야오예 9단

제3보(30~41)=박정환 4단은 지난 1월 ‘10단전’에서 우승했다. 16세에 타이틀을 따냈다는 건 사실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일본에선 요즘 20세의 신예 이야마 유타가 명인이 됐다고 해서 떠들썩하다. 강동윤 9단, 천야오예 9단, 이야마 유타 9단 등 20세 트리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하지만 그 뒤를 추격하는 16세 박정환도 결코 녹록지 않다. 이들은 다 젊다. 젊음엔 유혹이 따르고 그 유혹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에 손 빼고 흑▲로 선제한 수에 대해 박영훈 9단은 “날카로운 감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백은 ‘참고도’ 1로 응징하고 싶지만(이 수는 대단히 크다) 이후 8까지 도배를 당하면 실패가 한눈에 느껴진다. 무엇보다 후수로 살아야 한다는 게 괴롭다. 그렇다고 고분고분 받아주면 의욕적으로 작전을 건 백△가 무력화될 수 있다. 천야오예의 반격에 막힌 채 갈 길을 못 찾아 고심하던 박정환은 32로 젖힌 뒤 34로 뚫고 나갔는데 이 수에 검토실은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이건 프로에겐 금기의 수법이다. 무엇보다 39의 단수가 너무 아프다. 그 단수로 인해 백돌 7개가 뭉친 모습이 됐다.

박영훈 9단은 “괴로운 선택.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고 평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