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산더미 나라빚이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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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열린우리당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핵심은 내년에 '세금을 덜 걷고, 나라 돈을 더 써'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줄어드는 세수와 늘어나는 재정적자라는 걸림돌이 있다.

세금을 덜 내면 일반 국민이나 기업은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져 소비를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을 덜 걷고 나라의 씀씀이를 늘리면 결국 나라빚이 늘어난다. 들어오는 돈은 적고 쓸 곳이 많으면 모자라는 돈을 빚을 내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빚에 쪼들리면 개인도 활기찬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처럼 나라빚이 많아지면 국가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진다.

국가채무 200조원에 육박

◆ 덜 걷고 더 쓴다=열린우리당의 경기부양책에 따르면 현재 9~36%인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세율을 내년에는 1%포인트씩 내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약 1조원의 세금이 덜 들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벽걸이TV(PDP TV) 등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법인세도 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또 창업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기존의 세금감면 조치까지 모두 합치면 내년에만 2조~3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122조원 정도를 세금으로 걷을 계획이지만 지난해부터 경기가 나빠져 목표달성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세원을 최대한 넓히고 국채를 발행해 모자라는 세수를 메운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이미 1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데다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으로 빚을 1조2000억원 더 내 올해만 빚이 2조5000억원이나 쌓였다. 내년엔 적자재정(빚)이 5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빚을 더 내서라도 씀씀이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 빚잔치 악순환 우려=2002년까지만 해도 133조원대였던 나라빚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올해 말 우리나라의 나라빚을 191조3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4.5%에 해당한다. 국민 1인당 400만원에 육박하는 빚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정책선택 여지 줄어들어

그런데 내년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결국 빚이 더 쌓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나라빚이 커지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갚아야 할 빚더미에 눌려 정책 선택의 폭이 작아진다는 얘기다.

재경부 관계자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중이 큰 일본(147.3%, 2002년)이나 미국(60.8%).프랑스(67%) 등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적자재정을 감수해서라도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5월 비슷한 권고를 했다.

그러나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빚을 늘려 경기를 살리기보다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기업이 투자하고 서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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