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학, 스토리 시어터 첫 작품 '뽕' 무대 올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근대문학의 백미인 나도향(1902~1926)의 단편 '뽕' 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미학(대표 정일성)이 새롭게 시작한 스토리 시어터(Story Theater)시리즈 첫번째로 '뽕' 을 20~28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치는 것이다. 02-745-9884.

스토리 시어터는 극단 미학이 연극의 문학성을 넓히기 위해 우리의 단편문학을 연극화하는 작업이다.

연출을 맡은 정일성 대표는 "요즘은 어휘가 풍부한 좋은 우리 희곡을 만나기 어려운 게 사실" 이라며 "아름다운 우리 언어를 되살리기 위해 스토리 시어터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문학성과 언어에 충실한 연극이다보니 차범석의 대본은 우리 정서가 묻은 주옥같은 소설 지문을 나레이터 역할을 하는 소리꾼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배우들의 대사도 가급적 원작의 분위기를 살렸다.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이런 연극계 원로들의 연극발전을 위한 의도보다 원작이 갖고 있는 에로티시즘에 관심을 가질 법하다.

잘 알려진대로 '뽕' 은 돈 때문에 몸을 파는 김삼보(김명수 분)의 아내 안협집(배유정 분)과 이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 이야기로 짜여져 있다.

이미숙이 주연을 맡았던 85년도 영화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 해도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담은 원작은 어쩔 수 없이 노출과 정사 장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대표는 "대담하게 할 것" 이라며 " '어떻게' 도 중요하지만 '누가' 벗는가가 포르노와 예술을 가르는데 더 큰 기준이니만큼 에로티시즘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자신있다" 고 말했다.

동시통역사이면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이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 배유정과 연기파 김명수, 그리고 정일성의 이름을 믿어달라는 말이다.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파격적 연기를 새롭게 시도하는 배유정의 연기와 함께, 질박한 삶의 애환을 한국적인 체취로 담아낸 해학적인 원작 '뽕' 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정말 우리 전통을 뿌리로 하는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 작품의 성공 여부가 김동인의 '감자' 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또 다른 스토리 시어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