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진신사리 모신 상원사 적멸보궁 500년 베일 벗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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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석가모니 진신사리가 모셔진 한국 불교의 성지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의 원래 모습이 5백여년만에 드러났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재조사단(단장 일철스님)은 적멸보궁이 안팎의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천장을 뜯어 조사한 결과 보통 법당과는 달리 겉칸과 속칸이 벽으로 구분된 겹집이고 겉칸의 지붕은 익공(翼控 : 기둥과 천장을 받치는 날개모양의 나무쪽)으로 받쳐진데 반해 속칸의 지붕구조는 다포(多包 : 기둥과 천장사이를 여러 나무쪽으로 받치며 기둥과 기둥 사이를 이음)식임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에 처음 드러난 속칸을 정밀 조사한 이강근(경주대 문화재학과)교수는 "^삼분두.가앙.공안 등 공포(控包 : 천장의 무게를 받치려 기둥 머리에 짜댄 나무쪽들)의 형태 ^기둥의 배흘림(가운데를 불룩하게 한 것)모양 ^조각한 후의 단청 등이 조선전기 양식과 일치한다" 며 "15세기 중.후반에 지어진 건물" 이라고 주장했다.

남한에 남아있는 조선 초기의 이같은건물은 봉정사 대웅전.남대문.개심사 대웅전등 3채뿐이고 이들은 모두 국보.보물로 지정돼 있다.

1874년 중건공사때 추위를 막기위해 속칸 외벽에 곁칸을 둘러친 것으로 보이는 이 적멸보궁은 진신사리가 모셔진 성역이라 '감히' 뜯지 못해 그 속칸을 못보고 겉칸만 가지고 지난 1971년에 강원도 유형문화화재로만 지정됐었다.

이번 상원사 적멸보궁 조사를 계기로 조계종은 자체 역량으로 불교문화유산을 발굴 조사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불교문화재발굴조사단을 내년 법인체로 설립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주축이 돼 고건축전문가.불교미술가등 관계 전문가들을 위촉해 상시적으로 움직일 이 조사단은 불교 문화재의 정밀조사와 보존처리, 유적지 지표조사및 발굴등 불교 유적.유물을 성보 차원에서 발굴.보존,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해인사 교구관할 47개 사찰의 문화재 5백64점을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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