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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리튬 확보 지금이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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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전기자동차가 차세대 자동차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내 전기자동차가 전 세계 거리를 누빌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동차는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로 움직인다. 따라서 리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리튬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은 리튬 매장량이 많은 볼리비아·칠레 등에 리튬 개발과 연계한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리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말 볼리비아에서 리튬광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리튬광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리튬은 칠레·아르헨티나 등이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 매장된 리튬은 평균품위가 높고, 개발여건이 비교적 양호해 이미 선진 외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반면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했지만 열악한 개발여건과 자원민족주의 정책으로 외국 기업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최근 리튬의 효용가치가 높아지면서 볼리비아는 리튬 개발을 통한 경제개발을 적극 꾀하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2008년 10월 리튬광 개발을 위한 과학위원회를 광업부 내에 설치하고 외국 기업들의 참여를 점차 허용하고 있다. 일단 볼리비아의 리튬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과학위원회의 연구개발 참여가 필수조건이 됐다. 이미 프랑스·일본·러시아·벨기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MOU 체결 이후 참여승인을 얻어 우유니 리튬 광산의 염수를 제공받았다.

현재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가공 제품 생산시설의 자국 내 설치를 외국 기업의 참여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가 열악한 오지 볼리비아에 제조공장을 세우려는 국가나 기업이 아직은 그리 많지 않다. 프랑스의 볼로레만이 리튬배터리 공장 건립에 7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해 놓은 정도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 선점한 칠레나 아르헨티나보다 미개척지인 볼리비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량을 보유한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국의 각축전은 향후 리튬자원의 산업화에 누가 먼저 진입하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2015년 이후에는 리튬 수요가 연 20만t이 넘는 리튬 다소비 국가가 될 것이다. 리튬의 안정적인 확보는 국내 전기자동차·휴대전화·노트북 등 1차, 2차 전지 산업뿐만 아니라 세라믹·의약·윤활유 등 리튬화학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기업들의 공동참여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수요업체와 연계한 가공공장 설립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리튬광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견고하고 체계적인 협력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회색황금’으로 불리는 리튬확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관련 기업의 협력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봉성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