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 유타 드로스트씨 '페퍼케이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과자로 집을 짓다보면 마음은 어느새 30대로 되돌아 갑니다.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된 아들(32)과 두 딸(30.25)의 어린 모습이 떠오르고 잊혀져가던 지난 날의 추억도 새롭게 되살아나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독일부인회 회장 유타 드로스트(61)씨는 요즘 집짓는 일에 열중이다.

그가 짓는 집은 독일동화 '헨젤과 그레텔' 에 나오는 '페퍼케이크' .못된 새엄마한테 버림받은 자매가 산길을 헤메다가 마녀가 만든 빵.과자.설탕으로 만든 집을 발견하고 배고픈 참에 떼어먹다가 마녀에게 잡히는 것으로 시작되는 동화속의 과자집이다.

서구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집집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마찬가지로 가족이 함께 과자집을 만들어 잘보이는 곳에 놓는다.

이 과자집은 시간이 지나면서 살금살금 아이들의 '손' 을 타기 시작해 장식물.굴뚝.창문.지붕 등이 서서히 아이들 입속으로 사라진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진저브레드하우스' 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타씨도 세 자녀가 어렸을 적엔 남편과 함께 한 해도 거A?않고 페퍼케이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남편과 단둘이 서울에서 지내고 있지만 페퍼케이크를 만들 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같이 행복하다" 며 "혼자서 하루에 과자집 4~5채도 짓는다" 고 말했다.

어린 아이도 없는 그가 이처럼 과자집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까닭은 9일 서울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SIWA(서울국제여성회)의 자선바자회에 내놓기 위해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한국학생들의 교육기금을 마련하는 행사지요. 한명이라도 더 돕기 위해선 부지런히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지요. " '

기숙사 사감같던 유타씨는 살짝 속내를 털어내보이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한국 가정에서도 페퍼케이크를 만들어 볼 것을 권했다.

만드는 법

▶과자재료〓밀가루 4백g, 계피가루 2작은술, 아몬드가루 1백g,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생강가루 1/2작은술, 후추가루 1/2작은술, 무염버터 1백50g, 설탕 1백50g, 시럽 1백㎖, 생크림 1백㎖

▶과자굽기〓①밀가루와 가루재료(계피.아몬드.베이킹파우더.생강.후추)를 골고루 섞는다.

②설탕과 시럽을 냄비에 넣고 약한 불에서 살짝 끓인다.

③믹싱볼에 버터를 넣고 뜨거운 설탕액을 부어 녹인 뒤 생크림을 넣어 젓는다.

④다 섞인 액체가 식으면 혼합한 밀가루와 가루재료를 넣어 반죽을 만든다. (너무 치대지 말고 적당히 섞이면 비닐봉투에 담아 냉장고에서 하룻밤정도 재운다)

⑤오븐의 온도를 2백~2백25℃로 맞춰 둔다.

⑥단단해진 반죽을 꺼내 밀가루를 뿌려가며 얇게(2~3㎜)민다.

⑥원하는 크기(벽.지붕.굴뚝.창.문 등)와 모양(네모, 하트, 별, 사람 등)으로 잘라 오븐에 5~8분간 굽는다.

▶집짓는데 필요한 추가재료〓단단한 판지, 접착용으로 쓸 설탕이나 판초컬릿, 파우더설탕, 다양한 색깔의 볼초컬릿

▶집짓기〓처음 만드는 사람은 단단한 판지를 집모양으로 미리 만들어 쿠키를 판지에 붙이는 방법이 쉽다. 접착제는 설탕이나 판초컬릿을 약한 불에 녹여 쓰거나 파우더설탕을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으며 약간 된 상태로 만들어 쓴다. 볼초컬릿과 만든 과자를 이용해 장식하며, 남은 파우더설탕액으로는 흰눈 효과도 낸다.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