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특검팀 일부 중도 이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팀의 5명이 수사방향에 반발하며 특검팀을 이탈했다. 이를 두고 특검제의 본질과 조직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비판과 수사원칙이 안지켜지는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공정수사 원칙 제대로 안지켜진 탓

일부 특검팀의 이탈은 특검에 대해 국민이 갖고 있는 신뢰가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판단이 들어서 결행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수사방식이다. 특별검사의 수사는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달라야 한다. 사안 자체가 예민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수사하라고 해서 검사를 임명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선 수사진행 방식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파업유도 관계자라 할 수 있는 대검 공안부나 법무부 등에 의혹이 있다면 압수.수색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불러서 조사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곳곳에서 수사의 진행을 방해하는 수준까지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

두번째는 수사의 목표다. 미리 선을 긋고 '파업유도 당사자인 진영구 검사장 혼자 했겠지' 하는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런데 내부에서는 이 점에서도 상당한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 않은가.

이번 수사는 어느 때보다도 단순하고 일관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곳저곳의 형편이나 입장을 헤아려주다 보면 특검제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특별검사가 이런 원칙에 충실했는지 의문이 든다. 아울러 현직 검사나 수사관이 이번 수사의 핵심역할을 맡아온 것도 여러 모로 보아 모양이 안좋다.

이들의 경험은 수사의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겠으나 공정과 신뢰의 면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이 과감하게 친정격인 검찰 입장을 떠나 맡은 일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무튼 현재의 특검팀이 중요한 당사자인 법무부나 대검 등으로부터 '너무 심하게 조사한다' 는 말을 들을 정도의 수사가 진행됐는지 되묻고 싶다.

결국 전후사정을 감안해보면 특검제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수사팀의 이탈은 고뇌에 찬 행동으로 이해할만 하다고 생각된다.

특별검사는 남은 팀만으로 수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수사결과가 나온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가까스로 정착된 특검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어정쩡한 모양으로 수사를 할 바에야 진용을 새롭게 짜든지 아니면 이쯤에서 차라리 중단하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손광운 <변호사>

*** 마찰 있다고 관두는게 바른 태도인지

파업유도사건 특별검사팀 중 일부가 이탈함으로써 특별검사팀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외국에서 실패한 것으로 판정된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을 망설이다가 한국적 제도로 변형해 수용한 것은 '특별한 방식' 으로 수사를 해 보면 무슨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별검사는 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됐으며, 수사에 관한 모든 권한은 특별검사에게 부여돼 있는 것이 관련법률의 규정이자 특별검사제의 본질이다.

그의 수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검사보와 수사관을 둔 것인데 수사방식에 관한 마찰 때문에 아예 그만 두겠다는 것이 민주적인 태도며 법률과 특검제의 취지에 맞는 행동인지 의문이다.

이탈 수사관들은 파업유도관여검사를 비롯해 누구 누구는 전원 기소한다는 방침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것은 수사를 빙자한 폭력이다. 수사가 충분히 되고 증거법칙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돼야 기소가 가능하다.

특정인에 대한 기소방침을 먼저 정하고 수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며 민주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

파견검사의 수사관여 배제 주장도 문제다. 법률의 취지대로 그들의 전문성과 합리성을 활용함으로써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지 직접 당사자가 아닌데도 검찰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미 검찰 특별수사팀에 의한 특별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 중복된 과정을 거친 맥빠진 사건이라 그런지 몰라도 특별검사제도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특별검사제의 도입과정에서 심각한 폐해로 우려됐던 여론 눈치보기나 인기영합적 수사에 의한 인권침해와 수사권 남용 위험성이 결국 현실화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탈 수사관들은 지금이라도 다시 수사팀에 복귀해 이견을 조정하면서 신속히 수사활동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별검사제는 실패한 사례로 오명만을 남기게 될 것이며, 수사팀도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 염원을 외면했다는 역사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김주덕 <변호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