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동사무소 '재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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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청자(安淸子.62.여.대구 중구 대신동)씨는 요즘 매일 옛 삼덕1.2가 동사무소에 나간다.

지하에 마련된 컴퓨터실에서 PC통신을 하고 화.금요일엔 2층에서 할아버지.할머니들과 운동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安씨는 "PC통신상의 '원로방' 에서 채팅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며 "여가를 보내는 데는 그만" 이라고 말했다.

安씨가 즐겨찾는 이곳은 '어르신도서관' 으로 불린다. 대구 곽병원을 운영하는 운경재단이 통폐합으로 폐지된 동사무소 건물을 중구청으로부터 빌려 최근 노인전용 도서관으로 개조한 것. 이 도서관은 노인들을 위한 무료 컴퓨터실과 열람실.건강체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정부의 소규모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문을 닫은 동사무소들이 최근 주민복지기관으로 거듭 나고 있다.

구청들이 문닫은 동사무소 건물을 건강증진센터.도서관.민원분소 등 각종 주민편의시설로 '재활용' 하는 것이다.

지난해 폐지된 대구 중구 봉산동사무소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이불을 만드는 작업장으로 쓰인다. 중구청은 지난 7월부터 공공근로 인력 15명을 투입해 겨울용 이불을 만들어 추석때 8백여채를 생활보호 대상자들에게 전달했다. 요즘은 연말에 전달할 6백여채를 만드느라 쉴 틈이 없다.

대구 서구 옛 비산2동사무소는 지난달 구청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주민건강증진센터' 로 다시 문을 열었다. 노인.저소득층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건강측정실 등이 1층에 마련됐다. 2층은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신과와 공동으로 정신질환을 무료로 진료하는 '정신보호센터' 로 사용되고 있다.

대구 서구보건소 이재무(李在茂.50)소장은 "건강체조.가요교실 등 2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을 정도로 호응을 얻는 중" 이라고 말했다.

대구 서구청은 또 폐지된 원대동사무소를 원대동 주택가 땅 2백여평과 교환, 무료 공영주차장으로 주민들에게 내놓았다.

대구지역 동사무소는 지난 96년말 1백54곳에서 현재 1백29곳으로 25곳이나 문을 닫았다. 부산지역은 지난해 18개 동사무소가 문을 닫았다가 이 중 7곳이 주민복지시설로 다시 이용되고 있다.

서구 옛 보수2동사무소는 다음달부터 '청소년 문화의 집' 으로 바뀌며 아미1동사무소는 '문화의 집' 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동구 범일5동사무소는 3층 건물을 1층은 놀이방, 2층 공부방, 3층 PC교실로 활용하고 있다. 또 전포4동사무소는 가정폭력상담소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지역 구청 관계자들은 "폐지된 뒤 아직 별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동사무소들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현재 강구중" 이라고 말했다.

김관종.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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