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정한 뒤 구색용 취재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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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에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은 '균형 감각'을 제작자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또 현행 취재관행 중 가장 문제되는 것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구색 갖추기식 취재'를 들었다. 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신언훈(사진)책임 PD가 최근 KBS.MBC .SBS 교양 PD 111명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다. '그것이…'의 방영 500회를 기념하는 연구로, 방송 3사 시사 PD들을 아우르는 조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분석 결과는 9월 1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SBS에서 열리는 'TV 탐사 저널리즘과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되며, 500회 기념 백서에도 실린다.


◆ "결론 정하고 가는 게 가장 문제"=응답자의 약 60%는 '균형 감각'을 시사 PD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그 다음은 '저돌적인 현장 취재력'(11~27%)이었다. 관리자가 갖춰야할 자질로도 '균형 감각'(74~91%)이 단연 1위였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시사 프로를 제작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만들고 있으며, 대부분(90%) 현장을 뛰고 있는 30~40대 PD들이다. 신PD는 "세상을 기울어진 시각으로 보지 않고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최근 일부 시사프로가 편향성 시비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균형감각은 말뿐인 각오가 아니라 취재 전 분야를 관통하는 실천논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응답자들은 시사.고발 프로의 취재관행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구색 갖추기식 취재'를 들었다. '비밀 녹취 등 은폐적 취재방법' '발언 내용의 왜곡'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프로그램이 성공했느냐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PD들은 '완성도' 보다 '영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KBS(15% 대 85%)와 MBC(13% 대 83%)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졌다. SBS는 '완성도'를 택한 비율이 32%로 비교적 높았다.

◆ 방송사마다 '3인 3색'=이번 조사는 방송사별로 제작환경이 다름을 보여줬다. 자사 시사프로의 가장 큰 문제로 KBS(27%)와 MBC(57%)는 '포맷과 구성의 단조로움'을 들었다. 그러나 SBS 응답자의 70%는 '민감한 문제 피해가기'를 택했으며, MBC에선 이 항목을 고른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방송 아이템을 담당 PD가 직접 결정한다는 답은 MBC가 90%로 가장 높았다. 간판 시사 프로그램(KBS '추적 60분',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신뢰도와 관련, SBS PD들은 "방송 3사가 큰 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MBC PD들은 90%가 " 'PD 수첩'이 가장 높다"고 답했다.

외부 압력이 있을 때 회사가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느냐에 대해선 KBS.MBC 모두 '방송의 공적 책임'이란 답이 가장 많았으며, MBC의 경우 '노조나 시민단체의 반응'이라는 대답이 다른 방송사보다 두 배 이상 많아 눈길을 끌었다.

신PD는 "방송사마다 취재환경은 다르지만 시사 프로그램에 닥친 공통적 과제는 취재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탐사 전문 PD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방송 3사 교양국 인력구조가 비대한 역사다리꼴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실력과 노련함을 갖춘 베테랑 PD들이 현장으로 뛰어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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