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기자회' 미행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앙일보 사태를 취재중이던 국경없는 기자회(RSF) 한국특파원 김비태씨가 국가정보원 요원들로부터 미행당했다는 RSF측의 문제제기로 정부가 국정원까지 동원, 전방위적으로 중앙일보를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일고 있다.

국정원측은 외사방첩 혐의자의 차를 추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金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향후 사태추이가 관심을 끌고 있다.

RSF본부는 조만간 현지조사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경찰청도 서한이 접수되면 수사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정확한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만약 金씨 주장대로 국정원이 중앙일보 사태 취재를 저지하려는 의도에서 빚어진 사건이라면 이는 국제적으로도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앙일보 사태는 명백한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고 누차 규정하고 있는 중에 발생함으로써 국제 여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김비태씨 주장〓당시 괴한들에게 왜 따라오느냐고 항의하자 '××3동에 마약사범 용의자가 있어 수사중'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3동엔 전혀 기웃거리지도 않고 내가 사는 ××6동만 조사했다.

국정원측 해명대로 혐의자가 탄 승용차를 추적했을 뿐이라면 어떻게 우리 집에 먼저 와서 대기할 수 있겠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틀림없이 중앙일보 사태를 취재한 본인을 겨냥한 것이다. 다른 증거도 댈 수 있다.

본사 취재팀이 ××3동과 ××6동의 경비원들에게 확인해본 결과도 국정원 요원들은 사건 당일 ××3동은 전혀 방문한 적이 없으며 ××6동만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에 유학, 국제관계를 전공한 金특파원은 국내 한 신문사에 근무하다 96년 1월부터 RSF 한국특파원으로 서울에 거주하며 북한과 중국 등 3개국의 언론 자유와 인권 동향을 살피는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다.

97년 중국 취재 중 잠시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기자들에 대한 기사로 중국의 언론정책을 전세계에 고발하기도 했던 그는 한때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선거캠프 청년기획단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