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제제재 완화 각국반응] "美투자자들 멈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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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 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양국간 투자활성화 및 교역 확대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투자는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그동안 미 업체들은 영농 기계화를 위한 농기구 수출, 금광과 마그네사이트 등 국제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광산자원 개발 등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통신분야 역시 미국의 AT&T가 오랫동안 시장조사를 해왔고, 도로.항만.공항 건설 등에도 벡텔을 비롯한 미국 내 유수 건설업체들이 투자 가능성을 점검해왔다.

보잉사 등도 북한 고려민항의 낙후된 기종 대체를 기대하며 대북접근을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활발하게 대북 투자를 선도해온 기업은 스탠턴 그룹이다.

마그네사이트 채광 및 수출에 참여했고, 함흥.원산지역 정유시설 가동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정유시설은 94년의 북.미 기본합의에 따라 북측에 제공되는 연간 50만t 규모의 중유를 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그러나 나진.선봉지역 투자에선 별 재미를 보지 못해 향후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선전과는 달리 서방기업들과 본격적인 교역을 벌이기엔 내부의 체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대북 투자와 교역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왕의 거래에서 위약 사례가 빈번했고, 미수금 또한 적지 않은 탓이다.

윌러드 워크먼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17일 워싱턴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사업하겠다고 나설 미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원 (IIE) 의 마커스 놀런 박사는 "북한측에서 스스로 자체 법규와 관행,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서방 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의회조사국 (CRS) 래리 닉시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미 기업들이 북측과 상대하면서 서방 기업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교육시켜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고 지적한다.

교민들도 대규모 투자보다는 이산가족에 대한 소규모 송금과 출자 정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지지.환영했다.

아울러 그동안 '억지' 에 중점을 두었던 대북정책을 '대화' 쪽으로 선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초당파 의원 모임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해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최종 확인하면서 정부간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식량지원 중단조치 등도 단계적으로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뉴스에 비교적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 언론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를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보도했다.

관영 신화사 (新華社)가 18일 0시39분 (중국시간) 가장 먼저 워싱턴발로 보도했고 국영TV인 CCTV 등도 뉴스시간마다 주요 국제뉴스로 이를 다루고 있다.

베이징 (北京) 의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가 베를린 회담과 이번의 조치가 북한을 얼마나 개방사회로 끌어낼 것인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 = 길정우.오영환.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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