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인상안 충격…트럭·RV 큰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 조세연구원 주최로 2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에너지세제 개편 공청회’가 경유세 인상을 반대하는 운송 노동자의 반대 시위로 무산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송하역노조 소속 노동자 100여명이 공청회장을 점거한 채 시위를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내년부터 경유승용차가 시판되는 것에 맞춰 단계적으로 경유값을 올리기로 한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와 자동차 생산업계가 경유값 인상이 서민의 부담을 늘리고 내수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반발하는 가운데 화물트럭 운전자 100여명이 경유가 인상에 반대하며 27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었던 에너지 세제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경유승용차의 국내 시판 허용과 함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값을 올려 경유승용차에 대한 수요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 경유값 왜 올리나=정부는 지난해 5월 2005년 1월부터 경유승용차의 국내시판을 허용했다. 경유승용차의 시장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국내 시판이 필요하다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경유승용차를 만들어 유럽 등지에 수출해 왔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경유를 연료로 쓰는 버스.트럭.레저용 차량(RV) 등의 판매만 허용됐었다.

문제는 경유승용차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해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유가격을 올려 경유승용차에 쏠릴 수요를 분산할 계획이다. 경유값을 올리면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권오성 연구위원은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이란 자료에서 올 8월 현재 100대69대51인 휘발유.경유.LPG의 상대가격을 2007년 7월까지 100대85대50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렇게 연료별 상대가격을 조절하면 경유승용차로만 수요가 몰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권 연구위원은 "경유값이 올라가면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트럭 기사 등의 부담이 덩달아 커지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정부가 유류세 일부를 환급하거나 보조금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업계.소비자 반발=현대.기아차는 경유값 인상이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경유값이 오르면 경유승용차의 이점이 크게 줄어 내수 부진이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은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지만 일산화탄소 발생량은 가솔린 엔진보다 적다"며 경유승용차가 공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소비자들도 연일 청와대.산업자원부.환경부 등의 홈페이지에 "경유값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올리느냐"며 항의성 글을 올리고 있다.

김종윤.최익재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