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파이낸스 환매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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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4일 오후 3시쯤 부산시 부산진구 C파이낸스 서면 지점. 투자자 10여명이 몰려와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며 "투자금을 왜 못내주느냐" 며 항의했다.

투자자들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야, 이 도둑놈들아" 하는 등 극언을 서슴지 않는 흥분상태였다.

부산시내 10여개 파이낸스사 모두에 수백명 이상이 몰려 이런 상황이 연출됐다.

직원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등 승강이가 거듭됐다.

이는 부산시 파이낸스협회가 14일 투자금의 중도환매 중단을 선언한 데 따른 파동이다.

협회는 "투자금 상환요청으로 투자사업과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돼 당분간 중도환매를 중단한다" 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부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梁在爀) 회장 구속 여파로 파이낸스 업계와 고객의 동요가 심각해지자 대규모 인출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협회에는 11개 파이낸스사가 소속돼 있다.

부산지역 금융권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4일 오전 10시쯤엔 부산지역 업계 5위권인 청구파이낸스 부산 8개 영업점 (본점 제외) 등 전국 35개 영업점이 일제히 문을 닫고 직원들도 잠적했다.

영업중지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구파이낸스 본점.영업점에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사기꾼들 잡아내라" 고 외치는 등 통제불능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청구는 삼부파이낸스 사태 이후 하루평균 20억원 정도의 투자금 일시상환 요구가 몰려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자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97년 11월 설립된 청구파이낸스는 자본금 1백1억원 규모다.

투자자 3천여명에 수신고는 1천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구는 연 25~28%의 고금리를 제시해 자금을 조달, 청구종합개발.청구수산.청구마트 등 11개 계열사를 설립했다.

지난 2일엔 대구의 고려운수를 인수했고 지난달엔 부산 첫 실업축구팀도 창단했다.

직원수 (1천2백여명) 로 치면 전국 최대 파이낸스사에 해당한다.

부산지역에는 협회에 소속된 11개 대형 업체 외에 자본금이 5천만~2억원에 불과한 사채업자 수준인 파이낸스 업체 1백여개가 난립해 있다.

올들어 부산에서는 서진.한미. 동명.부국 등 9개의 파이낸스사가 부도를 내 3천5백40여명이 3백40여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부산 =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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