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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치 하락기의 금 투자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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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앞다투어 화폐를 발행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면서 과잉공급의 우려로 말미암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전세계가 이번 금융위기로 찍어 댄 화폐가 10.8조 달러라고 한다.

선진국에서 9.2조 달러를 찍어댔고 이머징 마켓의 국가들이 1.6조 달러를 찍어 댔다고 한다.

이중에서 미국이 3.6조 달러를 시중에 풀었는데 미국 전체 GDP의 26%라고 하니 그 양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시중에 돈이 풀리면 자연스레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는 올라가게 되어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생겨난다.

응급실에 실려간 환자의 예를 많이 드는데 이 환자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니까 이제는 화폐를 그만 찍어대고 통화량 조절을 하자는 ‘출구전략’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출구전략 (出口戰略, Exit strategy)은 경기침체기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각종 완화정책을 경제에 부작용을 남기지 않게 하면서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전략을 말하는 것으로 ‘응급실’의 환자를 어서 빨리 ‘일반실’로 옮겨서 기 회복기미를 천천히 살펴보자는 의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화폐성 투자보다는 금(金)과 같은 실물자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신용경색이 깊어지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으로 투자수요가 몰리게 되면서 최근에 금 투자가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원자재인 금과 원유가격을 비교해 보면 2007년 말 배럴당 96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가격은 2008년 말 39달러대로 폭락을 했지만 2009년 9월 현재 70.61달러로 2009년 들어와서만 거의 2배가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원유가격에 연동해서 주가가 움직이는 러시아 펀드의 2009년 상반기 상승률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금 가격은 2007년 말 온스당 836.15달러에서 2008년 말 863.80달러로 상승하더니 2009년 10월 8일현재 1,056달러대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고 최근 3년간 유일하게 하락이 없이 꾸준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와서만 금 가격은 192.50달러가 올라 전년대비 22.29%의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를 뻔히 보면서도 실제 일반인들이 금에 대해서 투자를 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어서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비해서 금에 투자를 하고는 싶은 그 방법을 모른다면 금과 관련된 은행의 예금에 가입하거나 금과 관련된 펀드에 가입하거나 금을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금 관련 통장을 만드는 방법은 금 정기예금 등의 통장을 만들고 해당 통장에 수시로 입금을 하면 시세에 맞는양 만큼 금을 매수하게 되어 통장에 표시가 된다.

은행창구를 통해 쉽게 금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월 일정금액의 푼돈을 모아 은행 계좌에 넣으면 은행은 국제 금 시세에 맞춰 금을 사들이고 이를 고객 통장에 넣는다. 이를 ‘골드뱅킹(Gold Banking)’이라고 하는데 적립식 펀드에 돈을 넣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은행은 금을 사들여 고객 통장에 ‘금 몇 그램(g)’ 형식으로 금을 쌓아준다.

실제 모 은행의 금 관련 통장의 안내문을 예로 들어 금 통장의 활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단 상품의 특징은 금의 실물거래 없이 수시로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가입대상은 제한이 없다.

거래단위는 금이 0.01 그램으로 단 신규 시는 1그램 이상 예치해야 한다.

적용이율은 없이 순수하게 금 가격에 연동해서 수익률이 결정되며 상품에 대한 세금은 일반적으로 금과 관련된 매매차익은 비과세가 되지만 일반적은 금융상품의 경우처럼 세금우대나 남녀 60세 이상이나 장애우가 가입이 가능한 생계형 저축으로는 가입이 안된다.

여기서 고객이 입금 시에 적용되는 금 가격의 정의는 런던금시장 협회가 산정해서 발표하는 금 1트로이온스(31.1034768그램)로 우리나라에서 적용했던 ‘돈’단위로는 약 8.3돈이 된다.

거래기준 가격의 계산은 기준가격(원/그램) = 금 가격 X 환율 / 31.1034768(그램/트로이온스)로 정해지며 수수료는 이 기준가격에 이 상품의 경우에는 1%가 붙는다.

이처럼 금의 기준가격이 정해지면서 국제 금 가격의 상승에 맞춰서 시세가 정해지는데 안내장 하단에 분명히 나와 있듯이 금 가격과 환율의 변동에 의해서 손실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 가격이 일정하게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환율의 대폭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있을 때에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니 만큼 금 가격의 등락과 더불어 환율도 꼭 챙겨야 하는 투자요소가 되겠다.

은행들은 이러한 금 관련 상품에 다양한 서비스도 부수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목표가격을 설정해 놓으면 자동적으로 금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는 서비스(예약매매 서비스), 지정가격 이상이면 일정량씩 매도하고, 지정가격 이하이면 일정량씩 매입하는 서비스(반복매매 서비스), 목표수익률이나 위험수익률을 미리 설정해 놓으면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SMS서비스), 환율을 우대하는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금 관련 통장 외에도 금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국제 금 시세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개발된 금 펀드는 금 가격이 오르면 펀드 수익률도 오르고, 금 가격이 내리면 펀드 수익률도 내려가는 구조이다.

금 관련 펀드는 크게 ‘주식형’과 ‘지수형’으로 구분되어 지는데 금과 관련된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은 펀드의 이름에 ‘주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고 금의 가격지수에 투자하는 ‘지수형’은 주로 ‘인덱스’나 ‘파생상품’이란 단어가 펀드명에 포함되어 있다.

주식형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좋고 전체적으로 상승할 시기에는 덩달아 수익이 좋게 나올 수는 있지만 금 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이나 주식시장이 하락기이면 원자재펀드에 투자하는 취지에 맞지 않게 부득이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금펀드의 ‘주식형’과 ‘지수형’의 차이점을 알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주요 금 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2009년 10월 9일 현재 ‘신한BNPP골드 증권투자신탁’의 경우에는 최근 1년 수익률이 무려 54.68%로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

아마도 금 펀드 중에서도 ‘주식형’이므로 최근 1년 사이의 글로벌 주식시장의 회복세가 금 가격과 함께 어느 정도 반영이 된 듯 싶어 보인다.

연초 이후의 수익률만 보더라도 34.49%로 시장의 수익률대비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셋맵스 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자 투자신탁’의 경우에는 최근 1년 수익률이 7.34%이고 연초 이후의 수익률이 19.63%로 실제 금 가격과 거의 비슷한 연동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의 금 펀드인 ‘기은SG골드마이닝 증권자A(주식)’의 경우에는 최근 1년 수익률이 54.47%이고 2009년 들어 37.81%의 나름대로 괜찮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금과 관련된 펀드의 경우에도 금 가격과 연동해서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수시 입출금식으로 여유자금의 20% 안팎으로 투자를 해보는 것도 달러 약세 시기의 투자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의 금투자 방법으로 은행에서 실물을 구입할 수도 있다.골드바를 매수하는 형태인데 골드바의 종류는 100g, 500g, 1kg 등 3가지가 있으며 실물을 구입할 때에는 10%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골드바는 실물이기 때문에 보관하기가 힘들고 은행에서 매매할 때에는 2~3%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에서 언급한 금융상품을 통한 간접투자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장은 넓고 투자할 종목은 많다’라는 생각을 하고 좀더 넓게 바라보고 좀더 멀리 바라본다면 충분히 황당한 손해를 보거나 실패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수익성과 안정성,유동성을 모두 따져보면서 본인의 투자성향에 따라서 수익성위주,안정성위주를 겸비하면서 나름대로 투자의 원칙만 지켜준다면 충분히 저금리,저달러화 시대에 남들보다 높은 수익률의 투자열매를 맛볼 것이다.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