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파병하면 누가 가나] 눈치만 보는 아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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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국 BBC방송은 최근 동티모르 사태에 대해 아시아 각국은 관심만 있지 대책이 없다고 비난했다.

코소보 사태때 유럽 각국이 보인 기민한 대응과 상호 협조와는 사뭇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BBC는 "동티모르 문제가 꼬여가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무능력 때문" 이라고 꼬집었다.

우선 중국과 일본이 팔짱을 끼고 있다.

중국은 "동티모르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는 원론적인 논평 외에 내놓은 것이 없다.

발등의 불인 대만 문제 때문에 오히려 거북스러워 하는 눈치다.

평화유지군 파병 문제도 껄끄럽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주장해온 '내정 불간섭' 원칙에 발이 묶인 탓이다.

일본은 경제 문제로 운신폭이 좁다.

인도네시아에 쏟아부은 4조억엔의 직접투자 때문이다.

특히 군사적 압박을 가할 경우 인도네시아의 정정 불안으로 자칫 동남아국가연합 (아세안) 의 틀이 흔들려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서방국가들도 평화유지군 문제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난민문제가 걸려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2천명의 병력을, 동티모르를 통치했던 포르투갈이 1천명의 병력 파견을 약속해놓은 게 전부다.

미국은 참여하더라도 수송.정보제공 등 병참 지원에 국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유지군 파병이 결정되더라도 병력 구성 등 절차상의 문제로 적어도 2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공산이 크다.

또 투표 후의 혼란을 예상하고서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유엔이 서구 열강의 적극적인 도움없이 평화유지군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베이징.도쿄 = 유상철.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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