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찬 대화록] 김대통령 '외자유치 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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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낮 12시에 시작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6~30대 그룹 회장들의 오찬간담회는 예정보다 20여분 길어져 오후 1시50분쯤 끝났다.

지난달 5대 그룹 회장단 오찬 때와는 달리 비교적 밝은 분위기 속에서 중견 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독려가 이어졌다고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다음은 간담회 대화록 요지.

▶金대통령 = 외환위기를 통해 기업이나 정부.국민이 많은 고통을 경험했다.

그러나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 1년반 만에 위기를 극복했다.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 것이고 국가에 이득이 되는 것인지 절실히 알게 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느낀 바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달라.

▶이준용 (李埈鎔) 대림 회장 =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에 초점을 두고 구조조정과 전문화에 매진했다. 서울증권의 경우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한편 소로스에게 경영을 위탁했는데 이것이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김승연 (金昇淵) 한화 회장 = 노사가 모두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합심해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다만 유화산업의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중견 기업들이 배제된 것은 문제다.

▶장상태 (張相泰) 동국제강 회장 = 우리에게 적대적이던 일본도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원료 공급 등 각종 분야에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金대통령 = 한국에 대한 일본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특히 과거 일본이 투자를 꺼려했던 것은 국내의 노사불안 때문이었는데, 최근 노사관계가 비교적 안정되자 안심하고 투자하는 것 같다.

노사관계가 보다 안정되고 근로자 개개인이 중산층이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이 더욱 애써달라.

▶조동만 (趙東晩) 한솔 부회장 = 신문용지 공장을 매각하고 종업원 고용도 안정시켰다.

일시적으로 임금이 낮아졌지만 외자유치 결과 지금은 원상회복됐다.

▶현재현 (玄在賢) 동양 회장 = 자본.토지.노동의 3요소보다 지적 요소가 경제발전에 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신지식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낙오한다는 경각심을 분명히 가져야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손경식 (孫京植) 제일제당 회장 = 앞으로 제약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투자를 많이 하고 우수 두뇌를 유치하겠다.

▶金대통령 = 아직은 '반의 성공' 이다.

최근 경제 회복으로 일부 해이해지는 분위기가 있는데 여기서 정신 못차리면 제2, 제3의 위기를 또 맞을 수 있다.

특히 외환위기가 한풀 꺾이니까 해외투자 유치에 대한 회의적 논란이 일고 있는데 해외투자는 기업을 위해서도, 국부 (國富) 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우리 경제가 성공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동반자적 관계로 확립돼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대금을 늦춘다거나 하면 결국 장기적으론 손해가 될 것이다.

정리 =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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