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대 주가조작사건 놓고 수사수위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수사 막바지 단계에서 검찰이 고민에 휩싸였다.

'윗선' 이 배제된 채 현대증권 이익치 (李益治) 회장의 자가발전식 비리쪽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따가운 여론이 우려되는 탓이다.

물론 6일부터 현대중공업 김형벽 (金炯璧) 회장.현대상선 박세용 (朴世勇) 회장에 이어 李회장 순으로 핵심관계자를 소환조사할 예정이어서 鄭씨 일가들의 개입 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수사 관계자들도 "윗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추적할 것" 이라고 수사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내막적으로는 鄭씨 일가가 개입됐더라도 골수 '현대맨' 들인 李회장 등이 오너 가족들의 범법사실을 진술하겠느냐" 며 내막적으로는 鄭씨 일가의 개입사실을 밝혀내는 것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조작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왔더라도 서류상 아무런 흔적도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은 李회장 등이 "오너 측에서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 고 주장하더라도 당사자들을 추궁할만한 물증을 확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대그룹 鄭씨 일가는 빠지고 李회장과 부하 직원들만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축소수사 시비가 일 것이 뻔해 검찰권 위상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수사팀으로서는 곤혹스런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계속 鄭씨 일가의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발표, "사건의 성격과 범죄형태, 동원된 자금규모 및 계열사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의 핵심은 鄭씨 일가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규명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주가조작용 자금거래에 정몽혁 (鄭夢爀) 현대정유 사장의 실명계좌가 이용됐다는 사실이 鄭씨 일가의 개입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라는 입장이다.

정의사회운동시민연합 등 다른 시민단체들도 "수천억원의 계열사 자금이 동원된 불법행위가 그룹 총수의 결재 없이 이뤄질 수 없음은 상식" 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李회장이 주도한 범행이라는 결론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논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증권이 주가조작을 통해 1천4백억~1천5백억원을 챙겼다는 사실 자체가 李회장 개인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李회장이 그룹 경영전략팀에 주가조작을 제의했다 거절당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검찰측 주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검찰 설명에 승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검찰은 심각한 '수사 후유증' 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