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목조 문화재 무량수전 포함 99개 화재보험조차 안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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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最古)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국보·보물급 목조 문화재 99개가 화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김창수(자유선진당) 의원이 문화재청·지자체들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에 관리가 위임된 목조 문화재 130개 가운데 99개(76%)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의 국보·보물급 목조 문화재는 모두 151개다.

99개 가운데 국보는 11개다. 1376년 건립된 국내 최고의 목조건물 부석사 무량수전(18호·경북 영주)과 팔만대장경이 안치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장경판고(52호·경남 합천) 등이다. 지자체가 관리 중인 130개 목조 문화재 중 화재보험에 가입된 국보는 금산사 미륵전(62호·전북 김제)과 진남관(304호·전남 여수),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290호·경남 양산) 등 3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2월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경우 화재 전 연간 8만5000원짜리 소액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그 때문에 화재가 났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한도액이 9500만원에 불과해 250억원의 복구비용 거의 전부가 국고에서 조달됐다.

보험에 가입된 다른 목조 문화재들도 평가된 가치에 비해 보험사의 보상한도액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궁·능·유적 등 목조 문화재 21개소는 총 3982만원(연간)의 보험료를 내는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러나 화재가 날 경우 받게 될 총보상한도액은 총가치액(1982억원·국유재산대장상 가격)의 37.4% 선인 743억원 정도다.

총가치가 608억원으로 평가된 경복궁의 경우 보상한도액은 339억원이고, 가치액이 620억원인 창덕궁과 160억원인 종묘도 보상한도액은 각각 128억원과 35억원에 그쳤다.

김 의원은 “지난해 숭례문 화재 직후 정부는 방재대책을 세운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이 목조 문화재의 화재보험 가입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는 등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이 드러났다”며 “지자체들도 문화재관리법에 보험가입 강제규정이 없고, 예산 배정 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화재보험 가입을 기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문화재 보호에 대한 책임감과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모든 목조 문화재의 화재보험을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찬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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