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의회싸움' 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베네수엘라에 기존의회 (Congress) 와 제헌의회 (Assembly) 라는 '한 국가 두 의회'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헌의회를 무기삼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초헌법적으로 개혁을 밀어붙이자 기존의회 다수당인 야당이 "헌법과 의회가 죽었다" 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기존의회가 27일 긴급의회를 소집, 차베스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서 한바탕 일전이 예상된다.

그 일전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혼미한 정국은 27일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제헌의회에선 기존의회의 소집을 어떻게 하든 막으려고 한다.

군병력으로 의회건물을 포위하고, 지지자들을 동원해 기존의회 의원들의 등원을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회는 대응책으로 의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라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6일 양측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야당인 기독교사회당의 호르헤 올라바리아 의원은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제헌의회의 입법비상사태 선포는 쿠데타에 다름 아니다" 며 "우리나라에는 헌법도 의회도 없다" 고 개탄했다.

그러나 제헌의회측은 "의회소집은 어림도 없는 일" 이라고 코웃음치고 있다.

차베스 자신도 "베네수엘라에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있다" 며 개혁을 정당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국불안은 미국에도 초미의 관심사. 미 국무부는 "입법비상사태 선포는 의회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 라고 논평했다.

차베스의 개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장경제에 부정적인 '카스트로 추종자' 차베스의 베네수엘라가 자칫 '제2의 쿠바' 가 될 가능성이 큰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 차베스 = 44세. 전두환 (全斗煥)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육사를 졸업했으며 공수부대 시절 사조직을 결성한 것까지 흡사하다.

운동을 몹시 좋아하며, 특히 야구광이다.

92년 쿠데타 실패후 부정부패 척결을 기조로 한 '제5공화국' 운동을 벌이며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

제헌의회에는 부인과 형제들도 포진, 족벌정치의 비난도 받고 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