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11. 대학로 커플 따라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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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학로는 연인들의 천국. 캠퍼스 밖에서 대학의 낭만을 찾는 새내기 커플에서부터 단정한 옷차림의 직장인 커플, 이들 사이에 살짝 끼어든 신혼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플들이 눈에 띈다.

마로니에 공원을 둘러싼 풍성한 볼거리.먹거리는 데이트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최고의 코스들이다. 이집 저집 드나들며 대학로를 만끽하는 연인 다섯 쌍의 뒤를 추적 (?) 해 봤다.

*** A커플

휴일 날 늦은 아침을 각자 해결하고 만난 대학생 커플. 사귄지 오래돼 허물 없는 사이다. 여학생이 대학로에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컬트 삼총사의 개그 콘서트' 표를 미리 구해 놓았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배스킨라빈스 앞에서 만나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 남학생은 공연 전 마로니에 공원을 거닐다 여학생이 만지작거리는 투명 구슬 머리끈을 사줬다.

공연이 끝난 뒤 닭갈비에 소주 한잔. 흥에 겨운 나머지 두 사람은 예정에 없던 노래방까지 들렀다.

*** B커플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나온 남학생. 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온 여학생. 오후 5시에 KFC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선 동숭시네마테크에 가서 '유령' 영화표를 구입. 다시 KFC로 가 간단히 요기하고 인파를 피해 일찌감치 영화관에 입장했다.

두 사람은 팝콘을 먹으며 1시간30분 동안 영화를 보면서 더위를 잠시 잊었다. 늦긴 했지만 저녁은 제대로 먹기로 하고 '민들레 영토' 에서 쇠고기 덮밥과 치킨 커틀릿을 따로 시켜 함께 식사. 10시30분쯤 나와 지하철역에서 헤어졌다.

*** C커플

결혼을 앞둔 듯 다정한 모습의 직장인 커플. 각자 회사일을 끝내고 만난 시간은 오후 7시20분. 당초 약속은 7시로 남자가 지각했다. 늦었다고 짜증내던 여인도 재즈 라이브 카페 '천년동안도' 에 들어가서는 기분이 풀어져 남자 옆에 앉는다.

식사 겸 안주로 시킨 찹스테이크에 맥주 3병을 마셨다. 이정식의 색소폰 연주에 매료당하기도. 오랜만에 비디오를 보자는 남자에 이끌려 비디오방에서 '연풍연가' 를 봤다. 남자는 기분을 내느라 헤어지기 전 노란 장미 한 다발을 선물.

*** D커플

오늘은 그녀와 두 번째 만나는 날. 직장 동료의 소개로 만난 여인에게 맘껏 호의를 베풀기로 작정한 회사원. 연극을 보기로 하고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와 티켓부스에서 사랑티켓 두 장을 구입.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가 나타나지 않자 초조했으나 10분 늦게 그녀가 나왔다. 둘은 마로니에 공원을 둘러보다 이탈리아 음식점 '살레에뻬뻬' 에 들어 갔다. 미리 산 티켓으로 '3외면' 을 보고 '가비아노피우' 에서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잡았다. 다음을 겨냥해 '노팅힐 OST' CD를 뇌물 (?) 로 제공.

*** E커플

토요일 오후 두 손을 꼭 잡고 대학로를 누비는 커플. 알고 보니 연인 기분 내는 신혼부부. 길거리 통기타 가수인 윤효상씨의 공연을 넋 놓고 보다 저녁시간을 놓칠 뻔했다. 연애시절 즐겨 찾던 '로마의 휴일' 에서 식사를 하고 나왔다.

길거리에서 아내가 침실 머리맡에 두겠다며 아카펠란드라 화분 하나를 샀다. 화분을 남편 손에 들게 한 아내가 이끌고 간 곳은 심야극장. '나라야마 부시꼬' 를 보고 연애시절과 달리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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