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법 심한 중계유선TV] 가입자수 고무줄 탈세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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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법을 지키면 불이익을 당하고 법을 어기면 이익을 본다' 는 인식이 유선방송업계에 팽배해 있다.

일부 대형 중계유선업체가 각종 탈법을 무기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 탈세 및 부당이득 = 본지 취재팀이 부산.광주.대전 등의 대형 중계유선업체들의 매출액 신고내역을 확인한 결과 심각한 탈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법인으로 전환한 대전 J유선방송은 10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을 11억7천만원이라고 세무서에 신고했다.

가구당 시청료를 월 2천8백~3천원씩으로 보면 수신 가구수는 13만~14만 수준. 하지만 지난해 8월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체 (PP) 협의회가 행한 중계유선의 케이블TV (SO) 전환에 대비한 예비 실사에서는 가입자를 20만 가구라고 밝혔다.

PP협의회 유각희 (柳珏熙) 사무국장은 "가입자 수를 과장하면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중계유선이 현지 실사에서 밝힌 수를 실가입자로 봐도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방송 관계자는 "실가입자는 16만 가구 정도며 나머지는 다른 2개 업체 가입자" 라고 밝혔으며 "가입자수를 줄여 신고하는 것이 이 업계 관행" 이라고 했다.

중계유선의 홈쇼핑 채널은 그 자체가 불법이어서 이로 인한 수입은 모두 부당이득이다.

부산 J유선은 지난달 15일 '알뜰정보' 란 홈쇼핑 채널을 방영하면서 진공청소기.연막소독살충기 등의 가격과 함께 통신판매업체의 상품주문 전화번호를 자막으로 계속 내보낸 사실을 본지 취재팀이 직접 확인했다.

광주 J유선도 비슷한 시기에 '특선 히트상품 기획전' 이란 홈쇼핑 광고를 내보냈다.

M홈쇼핑 朴모사장은 "불법인 줄 알지만 중계유선 가입자수가 케이블TV 가입자수의 8배가 넘어 광고를 의뢰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 불법 방송 = 강원도 W유선방송 대표 金모씨는 96년 10월 40여개 채널 불법방송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석방된 뒤 오히려 채널수를 70개 이상으로 늘려 방송하고 있다.

그 정도로 '유선방송관리법' 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허가 채널이 12개에서 31개로 늘어나자 이 방송은 "채널을 1백20개로 늘리겠다" 는 광고전단을 뿌리는 등 한술 더 뜨고 있다.

대부분의 중계유선은 일본 퍼펙TV, 미국 CNN, 스페인 TVE 등 외국 위성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케이블TV들도 홍콩 스타TV, 일본 OSB 등 외국 위성방송을 불법 송출하는 등 이전투구 (泥田鬪狗)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중계유선이 지역뉴스를 제작.방송하며 불법 언론기관화하는 것도 문제다.

부산 J중계유선은 ' 부산소식' 이라는 타이틀로 자체 제작한 보도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으며 광주 J유선도 ' 뉴스광장' 이라는 지역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냈다.광주 J유선 고위관계자는 "광주시와 맺은 시정뉴스 제작.송출 계약에 따른 것" 이라고 말했지만 유선방송관리법 17조는 중계유선의 보도.논평.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중계유선업자들은 방송 송출 중단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8일 중계유선들은 자신들에 불리한 '종합유선방송법' 입법을 저지할 목적으로 오전 8시부터 일제히 8시간 동안 방송을 중단했다.

중계유선업체의 모임인 한국유선방송협회 (회장 李仁石) 는 당시 '방송중단 시나리오' 까지 마련, 시청자들이 각 정당과 청와대.문화관광부 등에 항의하도록 전국 중계유선망을 통해 관련 부처 전화번호까지 내보내게 하는 등 방송을 집단이익 옹호에 동원했다.

유선방송관리법 14조는 '정당한 사유없이 유선방송 역무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고 규정하고 있다.

◇ 비호 의혹 = 케이블TV 지역방송국들이 줄기차게 중계유선의 불법행위를 관계당국에 고발하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고발내용이 사실일 경우 지방체신청은 5백만~1천만원 이하 과징금에서 영업정지.허가취소까지 내릴 수 있다.

그런데 불법이 반복돼도 '솜방망이' 과징금만이 처벌의 전부다.

97년 8월 한국케이블 서부산방송측이 사하유선.사하통합유선의 불법채널 송출을 고발했고 사하구청에서는 이들에게 과징금 6백만원씩을 부과했다.

그래도 불법이 계속되자 지난 3월 부산지역종합유선방송국이 연명으로 부산체신청에 진정서를 제출, 11개 업체에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벌금은 3백만원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월 정보통신의 날에 '난시청지역 해소와 불법채널 운영금지 등에 관한 법규 준수를 위해 노력했다' 는 등의 공적으로 유선방송협회 李회장을 추천, 대통령 표창을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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