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일정바꿔 망월동行…광주와 일체감 확인시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은 23일 광주에서 '5.18 광주정신' 을 다시 제창했다.

金대통령은 광주시 업무보고에서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 투쟁이 있었지만 광주는 특별했다" 고 평가했다.

그는 그 '특별함' 을 거듭 환기했다.

"광주사람들이 그렇게 죽었는데도 자신들이 장악한 10일 동안 보복을 하지 않고 질서를 유지했다. 정부에 대해선 대화를 요구했다. "

이어 지역언론과의 회견에서도 "광주정신이 위대한 것은 철저히 비폭력으로 복수 (復讐) 를 하지 않았다는 점" 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金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광주시민의 비폭력주의에 무게를 두어왔다면 이날은 '비 (非) 복수' 에 중심을 두었다.

그런 뒤 金대통령은 갑작스레 일정을 바꿔 망월동 5.18묘역을 찾아 분향했다.

'호남 역 (逆) 차별' 이니 하는 광주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다소간의 섭섭함을 金대통령은 자신과 광주의 일체감을 확인시키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모습이었다.

1박2일간의 호남 방문에서 金대통령이 비중을 둔 또하나의 부분이 동서화합 문제였다.

金대통령은 혈연의식을 통한 지역감정 극복방안과 지역간 교류 아이디어까지 제시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金대통령은 "종친회간 왕래가 무엇보다 효과적일 것" 이라며 "같은 할아버지 자식들인데 경상도에 살고 전라도에 산다고 서로 미워한다면 할아버지에게 면목이 서겠느냐" 고 지적했다.

특히 "▶농민처럼 같은 직종끼리, 농민 중에서도 복숭아 등 같은 작목농가끼리 교류하면 화제도 풍성해질 것이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교류도 좋지만 군 (郡) 간 자매결연을 통해 교환학생들이 한두달 민박하면서 상대 지역 풍습과 말을 익히도록 하는 방안도 좋을 것" 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동서화합 문제가 金대통령에게 그만큼 절박한 과제라는 인상을 줄 만한 대목이었다.

광주 =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