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육장관 “수업일수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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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 세계 경쟁에서 밀립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취임 직후 공개석상에서 꺼낸 말이다. 그는 “여름방학을 줄이면 내 딸들도 싫어하겠지만 새로운 세기에는 더욱 많은 수업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가 자신의 생각에 따라 하교 시간을 늦추고 주말에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안 덩컨 미 교육장관은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에는 농장에서 일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데, 우리 학사 일정은 농업 산업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덩컨은 “다른 나라 학생들은 미국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25~30% 길다”며 “수업 시간을 늘려 미국 학생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오바마도 지난 3월 “미국 어린이들은 한국 어린이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일수가 연간 한 달 이상 적다”고 밝힌 바 있다.

수업시간이 늘어나면 성적이 오른 사례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비영리 교육재단 ‘지식은 힘 프로그램(Knowledge Is Power Program·KIPP)’이 운영하는 82개 실험학교는 학생들을 오전 7시30분에 등교시키고 오후 5시에 집으로 보낸다. 일반 학교보다 3시간 더 수업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격주마다 토요일에, 여름방학 기간에는 3주 동안 학교에 나오게 한다. 그 결과 KIPP의 8학년 학생(중2)들의 성적은 주에서 평가하는 시험에서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탐 러브레스 연구원도 “수학 성적과 수업시간의 상관관계를 비교해 보니 분명하게 비례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 미국의 일반 학교도 점차 수업 일수를 늘리는 추세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특히 긴 여름방학이 가난한 학생들에게 더욱 힘든 시기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칼 알렉산더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름방학이 길면 가난한 학생들은 완전히 교육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다. 부유한 가정에서는 여름방학이면 자녀에게 음악·컴퓨터·체육 과외 등을 시키는 반면 가난한 집안 학생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시카고에서 빈민 교육을 위해 힘써왔던 덩컨 장관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근근이 살기 위해 직업을 두 개 혹은 세 개까지 가진 부모가 있다”며 “이들은 바쁜 시간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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