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의 모스크바광장] 숨막히는 러여성 '노출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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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름철 모스크바의 거리는 아슬아슬한 여인네들의 옷차림으로 현기증이 날 정도다.

초미니 원피스는 소매없이 깊게 파이고 속이 비치는 (시스루) 데다 노 브래지어는 기본이다.

조금만 덥다 싶으면 호숫가나 주택가 인근 숲속엔 웃통을 벗어 던지고 휴식을 즐기는 반라 (半裸) 의 여인들이 넘쳐난다.

'은색의 숲' 등 모스크바의 전통적인 휴식공원에는 나체촌까지 있다.

올 여름에는 1백년만의 더위까지 찾아와선지 노출패션이 더 극성인 것 같다.

몸에 꽉 끼면서 살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흰색 바지가 특히 대유행이다.

선명히 드러나는 실팬티의 가느다란 선이 고혹적이라 남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빼앗겼다간 얼굴을 화끈거린다.

원피스를 입는 경우 허벅지가 허리까지 드러날 정도로 한쪽 옆을 트는 게 보통이다.

왜 이렇게 여름철만 되면 러시아 여성들은 노출에 공 (?) 을 들일까. 패션 및 문화전문가들은 세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여권 운동가들의 영향설이다.

러시아 혁명기때 봉건제 타파투쟁에 쟁쟁한 기여를 했던 클라라 제트킨 등 여권 운동가들이 억압받지 않는 여성과 성 (性) 을 주창해 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후론이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다 보니 몸매를 과시할 기간도 그만큼 짧아 기회만 되면 가능한 한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픈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문화론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해 있지만 서양인임을 자부하는 러시아인들이 아시아와 터키 등 이슬람교권의 여성들보다 개방적이고 노출적인 서유럽 패션을 따르면서 조금 더 지나치게 됐다는 것이다.

맞는지 틀리는지 기자로선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최근 러시아 여인네들의 한국행이 늘어나는 추세라는데 '노출' 패션까지 함께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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