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축구] 미국 8년만에 우승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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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 를 부르짖던 미국 응원단은 잠시 숨을 멈춘 채 미국의 마지막 키커 브랜디 채스테인의 오른발 슛을 주시했다.

힘껏 내지른 볼이 골네트를 가르는 순간 클린턴 대통령과 9만여 미국 응원단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의 환호성을 질렀다.

미국이 11일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 로즈보울구장에서 벌어진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중국을 승부차기 (5 - 4) 로 꺾고 8년 만에 우승컵을 다시 안았다.

미아햄과 쑨원 두 스트라이커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결승전은 30도를 넘는 땡볕과 뜨거운 관중의 열기로 후끈거렸지만 골은 1백20분 동안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전.후반 내내 중앙에서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다 연장에 들어갔지만 미아햄은 중국 판윤지의 찰거머리 수비에 막혀 좀처럼 슛 찬스를 잡지 못했다. 중국은 연장 후반 13분 리우윙의 코너킥을 판윤지가 헤딩슛,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듯했으나 미국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내는 바람에 승리의 기회를 놓쳤다.

결국 양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중국의 선축, 2 - 2 상황에서 중국의 세번째 키커 리우윙의 오른발 슛을 골키퍼 스커리가 몸을 날려 막아내면서 승기는 미국쪽으로 기울었다.

이어 미국은 크리스틴 릴리.미아햄.채스테인이 잇따라 슛을 성공시킴으로써 우승, 96애틀랜타올림픽 우승 이래 또다시 여자축구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한편 한국 유일의 여성심판 임은주씨가 주심을 본 브라질 - 노르웨이의 3, 4위전에서도 0 - 0 연장전 끝에 브라질이 승부차기 (5 - 4) 로 노르웨이를 꺾었다.

*** 마지막 키커 채스테인은 '옷 잘벗는 선수'

미국 우승의 일등공신인 골키퍼 스커리와 마지막 키커 채스테인은 툭하면 옷을 벗는 선수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에서 결정적인 골을 여러차례 막아내 '미국의 벽 (wall)' 이란 별명을 얻은 스커리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이 끝난 뒤 "우승하면 조지아주 아테네에서 옷을 벗고 질주하겠다" 던 약속을 지켜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다.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후 윗옷을 벗고 까만색 스포츠 브래지어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질주했던 채스테인 역시 지난달 한 잡지에 축구공 하나로 치부를 가린 채 누드로 등장,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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