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삼성생명 '상장이익 배분'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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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반 년 이상 계속된 혼선으로 만신창이가 된 삼성자동차 빅딜 (대규모사업교환) 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혼선은 일단 ▶삼성생명 상장 허용 ▶삼성차 선 (先) 매각 - 후 (後)가동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쟁점이던 '2조8천억원' 은 삼성이 모두 책임지기로 해 걸림돌은 제거됐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는 채권단과 삼성간에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도 결국 삼성차 빅딜협상 '제3라운드' 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향후 과정 역시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차와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를 놓고 삼성과 채권단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생명 상장으로 발생할 막대한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놓고 사활을 건 공방이 전개될 것이다. 삼성측은 '주주 권리' 를 내세워 사력을 다 할 것이고, 정부.시민단체 등은 '보험가입자 권리' 를 앞세워 거세게 밀어붙일 것이라 어느 선에서 절충이 이뤄질지 사뭇 주목된다.

이 논쟁은 또 '국민 정서' 와 '시장경제 원칙' 간 한판 승부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논란거리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차 부산공장 처리 역시 만만찮은 과제다. '부산지역 정서' 에 촉각이 곤두선 정치권이 문닫게 내버려둘 것 같진 않고, 대우에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새 주인 찾기도 쉽지않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골치거리로 남을 소지도 있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배럴당 20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시아 및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느는데다 감산까지 겹쳐 한동안 강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말에 비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연간 1백12억달러 (98년 기준) 의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종합주가지수가 단숨에 1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과연 '주가 4자리수 시대' 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일단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미.일 등 선진국 증시도 강세이고 한은이 하반기 금리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한 것도 호재다.

그러나 조심스런 입장으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는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특히 삼성차 문제가 경제논리에 따라 순리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실망한 외국 자금들이 빠져나가면서 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대한생명 국제입찰,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현대 - 북한간 협상 등도 주요 현안들이다.

김왕기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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