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초점] 1,000선 재진입…어느 증권인의 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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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5년만에 주가지수 1천 시대 재진입을 보는 감회가 새롭다. 나는 지난 89년 지수가 처음으로 1천포인트를 돌파할 때 증권사 일선 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이후 주가가 상투를 치고 나서 깡통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고객들의 처절한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절망과 좌절로 몸서리를 쳤다.

88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팔불출 (八不出)' 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주식투자의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포항제철 주식이 국민주로 보급된 것을 계기로 해서 직접.간접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인구가 7백50만명을 헤아렸다.

'개미군단' 이란 말도 이때 생겼다. 주식투자 열풍은 시골 벽지까지 불어닥쳤다. 시중의 돈이란 돈은 주식시장으로 속속 몰려들었다.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인 1천 포인트를 꿰뚫었으니 또다시 2천포인트를 향해 돌진해 나갈 것이다' 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지난 89년 919포인트로 출발한 주가지수는 일시 조정을 보이다가 그해 4월1일 1007.7이라는 천정까지 올라갔다.

주가가 다시 1천포인트를 돌파했다지만 예전에 재산을 날린 투자자들과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아플 것인가. 본인도 월급쟁이 생활 15년 만에 전재산을 날리고 친척.친구.학교 스승도 모두 잃고 오히려 2억원대의 빚만 남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주식투자는 잘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잘못되는 경우에는 재산을 잃어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 여유돈을 가지고 침착하게 해야 할 것이다.

김준수 현대증권 감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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