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기관투자가 기웃…코스닥 옥석가리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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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기관투자가가 주도하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거래소 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개인들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올들어 투신사들이 코스닥 펀드를 속속 조성하면서 기관들의 코스닥 투자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들도 기관들의 코스닥 투자 성향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앞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 기관들의 코스닥 투자 상황 = 올들어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거래량기준) 은 지난 3월 14%대까지 치솟았다 6월에 다시 5.63%로 낮아진 상태다.

이에비해 개인들은 3월 77%까지 낮아졌다가 6월에는 88%까지 높아졌다. 현재 현대투신운용.한국투신.대한투신.삼성생명투신운용 등에서 코스닥전용펀드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투자 규모는 많지 않은 상태다.

운용자산의 최고 90%까지 코스닥에 투자할 수 있지만 투신사들의 평균 투자비중은 15%선에 그치고 있다. 코스닥펀드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는 것은 ▶코스닥 주가가 너무 올랐고 ▶마음놓고 살만한 종목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 상반기중 종합주가지수는 약 58% 정도 상승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연초대비 1백40%이상 치솟았다.

또한 수많은 분석자료가 누적돼있는 거래소 상장기업과 달리 코스닥등록 기업들은 역사도 짧고 자료축적이 부족한 상태다.

◇ 기관 영향력 세질 전망 =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들의 입김이 강화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의 박경원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최근 애널리스트들을 코스닥시장 분석에 투입하기 시작했으며, 코스닥펀드 등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코스닥 시장내 옥석가리기 작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즉 애널리스트들이 검증한 종목들을 기관투자가들이 매수하면서 코스닥 종목들이 이유없이 동반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일 없이 적정 주가대를 찾아 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 기관 관심 종목은 = 투신사의 경우 고객들의 환매 요구에 대비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최우선 요소는 유동성 확보다. 즉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아서 사고 싶을때 사고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 종목들이 최우선 매매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바이코리아 코스닥펀드를 운용하는 현대투신운용의 이정학 펀드매니저는 ^시가총액이 커 거래량이 많아야 하고^유동성이 떨어지는 종목에 대해서는 순이익 규모와 성장가능성, 특히 매출액 증가율이 높은지 살피고^다시 부도위험과 거래량 등을 면밀히 분석한뒤 투자를 하는 기본 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투신 코스닥투자신탁을 운용하는 주식투자부 김영길 차장은 ▶재무리스크가 없는 회사 ▶본업에 의해 매출액과 순익이 늘어나는 회사 ▶독특한 노하우를 갖고 있거나 특히 다른 기업과 분명히 차별화 되는 기업을 매입대상 종목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신 정순호 코스닥펀드 운용팀장은 "기술자체가 검증이 돼있는지를 살펴야 하고, 기술이 있다하더라도 매출과 연결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며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의 가격을 다소 높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그는 하반기들어 가격이 다소 떨어지면 추가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코스닥 기업 분석 강화 = 현재 증권사들은 코스닥 종목 관련 애널리스트를 확충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현대증권이 코스닥 분석팀을 구성했으며 LG증권도 코스닥관련 리서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코스닥관련 추천 종목을 잘 내지 않던 증권사들도 일일 분석자료에서 유망 종목을 내놓고 있다.

일단 현대중공업.서울방송 등 시가총액이 크고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종목들이 단골 추천대상에 들어가지만 분석작업이 강화되면 앞으로 소규모 전문 기업들의 추천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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