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회담 중간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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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7일 서울로 돌아온 베이징 남북 차관급회담 양영식 (梁榮植) 수석대표 (통일부차관) 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북한측이 서해 교전사태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이산가족 문제는 논의조차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20일 베이징에 들어갈 때 의욕적인 모습과는 딴판이다.

3명의 대표단은 다음 회담날짜 (7월 1일) 를 잡고 헤어진 것을 위안으로 삼는 정도였다.

◇ 회담경과 = 남북한은 22일과 26일 두차례 회담을 가졌다.

첫날부터 북한측 박영수 (朴英洙) 단장은 서해 교전사태에 대해 '민족 앞에 사죄하라' 고 주장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자는 우리측의 요구와 맞서 교착상태가 계속됐다.

우리측은 대북지원 비료 20만t중 2차분 10만t의 수송은 이산가족 문제에 진전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측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우리측은 결국 '냉각기' 가 필요하다는 북측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북한입장 = 북측은 회담장 주변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보따리를 가져왔다' 는 냄새를 풍겼다.

그러나 끝내 내용물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산가족 문제를 꺼내지 않을 작정으로 나온 것으로 우리측은 분석했다.

북측관계자는 "서해사태로 인민군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는데 남측과 회담한다면 군대와 인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 아닌가" 라고 말했다.

◇ 전망 =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측은 "7월 중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이뤄질 것" 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북측이 김일성 (金日成) 사망 5주기인 7월 8일 이전에 회담을 매듭지을 것으로 우리측은 분석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추석께 좋은 소식이 있겠느냐' 는 기자들 질문에 "멀리 갈 것 없다.

8월이면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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