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 수달생태공원 만드는 '초록빛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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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역 생태계에 대해 그 지역 주민만큼 잘 알고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또 있겠습니까. 지방화.분권화돼가는 시대에 환경단체도 지방에서 소규모로 일하는 게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거제도에 기반을 두고 환경운동을 벌여온 '초록빛깔 사람들' 대표 조순만 (趙淳萬.42.경남 거제시) 씨. 대다수 환경단체가 서울에만 몰려있는 것에 비해 창립.주활동 무대를 거제도와 인근 남해안 지역으로 삼았다.

95년 5월 5일 창립한 '초록빛깔 사람들' 은 영남.전남 지역 교수를 포함한 생물.환경 전문가, 지역주민 등 8백여명이 회원. 그러나 지역단체라 하여 '힘' 을 만만히 보아서는 안된다.

산림청.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업무가 분산돼 중구난방 (衆口難防) 이던 멸종위기 동식물 지정 문제를 국회.청와대에 청원, 모두 환경부로 이관토록 만들어냈다.

또 자치단체에서도 생각지 못한 '거제도 생태관광 계획' 까지 발표해 '은어가 돌아오는 하천 만들기' '원앙생태공원 조성계획' 등은 거제시로부터 공동 추진하겠다는 확약까지 얻어냈다.

이 단체는 또 거제도 등지 희귀 동식물의 개체수를 조사하고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조난당한 야생동물을 구호하는 일도 한다. 덫에 걸린 수달, 차에 친 고라니 등을 발견하면 주민들은 '초록빛깔 사람들' 부터 찾는다. 다친 야생동물은 부설단체인 야생동물구급센터로 긴급 후송한다. 이밖에 계절마다 열리는 풀빛자연학교와 생태연구소도 이 단체 소속이다.

"요즘은 천연기념물인 수달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는 趙대표는 "통영.거제.낙동강 하류는 우리나라 수달의 최대 서식지" 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1천마리로 추정되는 수달은 일본에선 이미 83년 멸종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양식 사업자들이 어패류가 주식인 수달이 양식장을 망친다며 덫으로 잡는 등 멸종위기에 놓였다.

이에 '초록빛깔 사람들' 은 서식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수달 캐릭터를 만들어 수달보호 운동을 벌일 계획. 요코하마 (橫濱)에 본부를 둔 일본의 민간환경단체 '수달의 친구들' 에서는 생태공원 조성 소식에 관심을 갖고 이미 올해초 방문단을 보내기도 했다.

趙씨는 "수달 생태관광이 성공한다면 희귀 동식물 보호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일본 이즈미시의 경우 두루미 월동지역 농가에 지방정부에서 피해보상까지 해가며 두루미 보호운동에 나서고 있다. 두루미가 관광객을 이즈미시로 끌어들이는 상징 동물이기 때문.

'초록빛깔 사람들' 은 생태관광 가이드까지 육성해 수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품점을 하는 부인에게 가족 생계를 맡기고 환경운동에 매달리고 있는 趙씨는 산악회를 하다 숙명적으로 이 길에 뛰어들었다. 0558 - 636 - 7747, 6747.

거제 =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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