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화해선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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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민주 양대 노총의 총파업 연계투쟁 등 극으로 치닫던 노동문제가 25일 정부와의 극적인 합의로 일단 노.정간 대화국면으로 돌아섰다.

이같은 국면전환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노조지도부와 직접대화 등 결단에 따른 것으로 이로써 지난 4월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으로 시작된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은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배경 = 이번 노정합의는 파국을 원치 않는 정부와 파업 철회의 명분 및 실리를 챙기려는 노동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정부는 옷 로비.검찰의 파업유도 의혹 등으로 인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정권 기반의 커다란 한 축인 노동계로부터 비판받는 등 위기에 직면해왔다.

정부는 결국 노동계가 완전히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개혁의 상징이던 구조조정에 손을 대는 등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구조조정 중단 ▶근로시간 단축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처벌 조항 삭제 등 그동안의 요구사항들을 대부분 관철시켰다.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참여할 사업장이 많지 않다는 현실적 제약에 고민하던 노동계는 때마침 터져준 정부의 악재를 최대한 활용, 양보를 얻어냈다.

◇ 경총 반발 = 김영배 (金榮培) 경총 상무는 25일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 문제에서 너무 양보해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 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아직까지 노동계가 주장하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처벌 조항 삭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경총은 24일 노동계의 파업사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압류 등 모든 법률적 조치를 강구토록 하는 등 강력 대응하도록 지침을 마련, 각 회원사에 통보한 바 있다

◇ 전망 = 정부는 일단 이달 중 노사관계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들을 논의한 뒤 노사정위법 시행령의 발효와 함께 노사정위를 정상화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재계가 노사정위에 복귀하더라도 재계가 이번 노정합의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복귀를 위해 구속자 석방 등 합의사항의 완전한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어 정상가동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그동안 '구조조정' 과 '불법필벌 (不法必罰)' 이란 두 축으로 밀어붙이던 노동정책을 상당 폭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합의에서 구조조정시 사전협의를 명문화하고 단체협약이 정부의 예산편성지침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고대훈.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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