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안되는건 관료 구태때문"-김태동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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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재벌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정부 관료 때문이다. " 김태동 (金泰東)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관료들은 아직 개발독재의 향수에 젖어 있고 관치금융의 구태로 인사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국민의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金위원장은 이를 '귀한 새 술이 헌 부대에 들어가 썩고 있는 셈' 이라 비유하고, "개혁을 할 뜻도 없고 방법과 방향도 가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개혁인사임을 자처한다" 고 강하게 비난했다.

金위원장은 "재벌개혁은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투신사 등 금융기관이 오히려 재벌 안으로 편입되고 있다" 며 "이는 관련부처가 과거 정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책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환란의 원인에 관료주의가 자리잡고 있지만 개선 조짐은 거의 없다" 고 꼬집고 "성공적인 경제개혁을 위해선 정부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金위원장은 "관료주의는 법령을 얼마든지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다" 고 한 뒤 "장관이 개혁인사로 임명되더라도 관료집단의 술수에 휘말리면 눈이 멀고 귀가 멀어 엉뚱한 데 칼질을 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개혁과 관련, "이미 별정직으로 임명하게 된 차관보 한 자리라도 외부인사로 충원한 부처가 있는지 모르겠다" 고 한 뒤 "3급 이상 고급 공직을 외부인사에 개방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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