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변수에 21일 베이징회담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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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따르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지 모릅니다. " 16일 국회 본회의 보고에서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이 밝힌 서해사태에 대한 소회다.

'햇볕정책의 전도사' 로 불릴 정도로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해결에 주력해온 그로서는 베이징 (北京) 차관급회담에 앞서 터진 무력충돌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林장관의 말에서 엿보이듯 정부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회담 개최 자체는 낙관하고 있다.

어떻게든 모처럼만에 마련된 당국회담 채널을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15일에는 회담 수석대표인 양영식 (梁榮植) 통일부차관 주재로 첫번째 시뮬레이션 (모의회담) 을 가졌고, 북한에 보낼 전화통지문의 문구 (文句) 를 다듬는 등 준비를 속속 진행 중이다.

북한도 회담일정에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몇가지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전형적인 화전 (和戰) 양면전술이 동원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또 회담의 성패는 햇볕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회담 진행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여러 전략과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 의제' 로 논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북한이 약속을 뒤엎고 NLL이나 교전사태를 긴급의제로 다루자고 억지를 부릴 경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오히려 북한이 NLL문제 등을 피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고 말한다.

북측은 군사충돌을 북한과 유엔사 (미국)가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이를 남북회담 테이블에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비료를 먼저 준 뒤 열리는 회담이란 부담감도 있다.

자칫 정부가 공언했던 이산가족 상봉 시범조치 등에 만족할 만한 합의가 없을 경우 실향민이나 국민의 비난 여론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林장관의 국회 본회의 보고에 비료문제가 언급되자 일부 의원들이 항의,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통일부 당국자는 "어느 때보다 힘든 회담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광경"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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