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신문 1900~1905] 러.일전쟁 18개월만에 종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905년 9월 5일 포츠머스]일본국 전권대사 고무라 주타로 (小村壽太郎) 와 러시아 전권대사 세르게이 위테는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화 (講和) 조약 조인식을 가졌다.

이로써 지난 8월 9일 시작한 두 나라 사이의 협상이 타결되고 18개월 간에 걸친 러일 전쟁이 종결됐다.

'포츠머스 강화조약' 을 통해 러시아는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정치.경제.군사상의 우선권을 인정하게 된다.

그밖에 사할린 섬의 북위 50도선 이남을 일본에 할양하고 인근 해역에서 일본 어선의 조업을 허용하며 또 뤼순 (旅順).대련 (大連) 등 만주지역의 조차권과 남만주철도를 일본에 넘긴다.

고무라 일본 외무대신의 상기된 얼굴은 위테 러시아 국무원장의 침통한 표정과 대조를 이뤘다.

일본으로서는 10년전 청일 (淸日) 전쟁에 승리하고도 러시아 주동의 3국간섭으로 빼앗겼던 전리품을 되찾아 오는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 패권의 가장 강력한 경쟁국을 퇴치한 셈이다.

러시아에는 통한의 날이다.

3국간섭 이래 만주지역에서 쌓아온 이권과 1896년 아관파천 (俄館播遷.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사건) 이래 대한제국에서 키워온 영향력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연해주 앞바다까지 일본에 내주고 말았다.

이날로 러시아의 동진 (東進) 정책은 종말을 고한 셈이다.

구라파 국가가 아시아 국가에 당한 최초의 패전이라는 점도 러시아에는 치욕이다.

지난해 초 개전 때 이와 같은 일본의 압승을 내다보는 사람은 일본에서조차 없었다.

탈아입구 (脫亞入歐) 를 다년간 꾀해온 일본은 이제 일류 열강의 대열에 당당히 진입하게 됐다.

일본과 동맹관계인 영국에 이어 미국도 협상과정에서 일본을 거들었다.

이제 거칠 데 없이 동아패권을 노리게 된 일본이 대한제국에 어떤 정책을 펼지 주목된다.

보호조약을 추진하는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 추밀원장과 완전 합병을 주장하는 가쓰라 다로 (桂太郎) 총리대신 사이의 정책대결에 국운을 맡기게 된 것이 대한제국에 안겨진 이 전쟁의 결과다.

김기협 <문화전문위원.역사학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