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허공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나는 여러번 넘어졌는지 모른다
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거나
인력에 끌려 어느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자국 발자국이 보인다
뒤꿈치에서 퉁겨오르는
발걸음의 힘찬 울림을 듣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고 삐뚤삐뚤한 길이 보고싶다
- 김기택 (金基澤.42) '우주인'
시인은 좀체 변하지 않는 눈을 가지고 있다.
아니 그 눈을 숨기고 있다.
그런데 그 눈으로 사람을 보는 일을 놔버린 일이 없다.
실로 10년 개근의 관찰이 여기 있다.
여러 종류의 사람을 통해 삶과 죽음을 새겨내는 나머지 우주인의 그 무중력 상태를 통해 지상의 모든 사람들을 검증하고 있다.
시인이기에 으레 그래야 하는 애수 따위, 섣부른 사랑 따위가 아닌 현실에서의 연금술이 합법화되고 있다.
그런데, 한밤중 무덤에 꽂힌 벼락에도 불구하고 그냥 누워있는 해골도 노래하기를 바란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