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서해 넘나들기 '속셈뭘까' 전문가도 의견분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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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김정일 (金正日) 은 서해를 무대로 '무력시위' 의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해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북측의 단순한 경비정 침범이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대남 군사도발로 분석하고 있다.

김일상 (金一相) 해군대학 교수는 "북한은 꽃게잡이 어선 보호를 핑계로 경비정을 내려보내 북방한계선 (NLL) 을 무력화시키고 연평도~백령도간 해상로를 뚫을 심산" 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또 한국에 대해 ^해상운송로 위협^한반도 위기 고조^한국경제 불안감 조성 등의 타격을 안겨주는 한편, 내부적으로 주민통제.결속을 강화하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무력시위 전략을 군에서는 '저강도 (低强度) 분쟁' (low intensive conflict)' 으로 표현한다.

과거 냉전시대의 전략적 용어다.

전면전으로 사태를 확대하지 않으면서 정치.군사적 필요에 따라 분쟁 강도를 조절하는 국지전.무력시위 등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서해 5개섬 수역은 70년대 중반부터 저강도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 이라며 "김정일의 호전적 성격을 감안할 때 테러.게릴라전.시설폭파 등 무형의 저강도 분쟁도 얼마든지 터질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이와 다른 분석도 나온다.

이기택 (李基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태가 저강도 분쟁이지만 우리로선 생존을 위해 NLL, 즉 서해안 방어선을 지켜내야 하는 전략적 싸움" 이라고 말했다.

NLL이 뚫릴 경우 현재의 정전협정체제가 무너져 남북관계 전반이 헝클어지고, 북한 함정이 서해를 휘젓고 다닐 것이라고 李교수는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동해안 잠수정 침투사건, 지난 3월 하순 일본 공작선 침투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한은 동해.남해를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다" 며 "서해까지 내줄 경우 우리측 방어전선이 크게 확대되고 바닷가 근처에 건설된 주요 전략시설이 북측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 고 지적했다.

즉, 북한은 경제난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현대전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나 액화천연가스 (LNG) 저장시설 등을 노리는 대남 군사전략을 세워놓고 이를 단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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