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계산과 흐름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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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예선 결승> ○·이원영 아마 ●·한웅규 초단

제7보(75~88)=백△의 공격엔 75, 77. 준비된 타개 수단이다. 백A로 두면 흑B 다음 C로 두기만 해도 산다. 여기서 이원영은 드디어 대망의 78로 돌입했다. 오래전부터 현안으로 떠오르던 곳. 한웅규가 흑▲ 대신 이곳을 지킬까 망설이던 곳.

박영훈 9단에 따르면 흑이 ‘참고도1’처럼 움직이는 것은 한마디로 ‘무리’란다. 흑1엔 백2, 흑3이 맥점이지만 백4도 상응하는 맥점. 살리고자 고집하면 귀가 날아가게 된다. 79는 따라서 정수이며 이때 80을 하나 선수한 것이 좋은 타이밍. 83이 워낙 커서 흑은 다른 곳을 쳐다볼 여유가 없다(흑이 손 빼면 백이 83 자리에 뻗는다. 실리와 두터움을 겸비한 수).

‘백의 선수’로 끝난 이곳 공방을 볼 때 78이 얼마나 급한 곳이었는지 알 수 있다. 흑▲로는(시각적으로는 이곳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우변을 지킬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84의 삭감을 당해 흑은 계속 끌려가는 흐름이다. 계산상으로는 2집 정도의 ‘약간 불리’인데 흐름상으로는 죽죽 밀리는 느낌이다. 85를 보며 박영훈 9단은 ‘참고도2’ 흑1로 받고 둘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집을 지을 경우 백4의 ‘아픈 수’를 각오해야 한다. 8까지 막히면 중앙에 갑자기 흰눈이 내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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