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살은 전체 세포의 대명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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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서양의학에서 모든 질병의 기초는 세포 이상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세포 이상의 기준이 어디부터냐 하는 것이다. 예컨대 흔히들 말하는 만성피로증후군의 경우 이를 정의하기가 매우 모호하다.

직장인 건강학 ⑥

왜냐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어떤 검사수치를 가지고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 ‘피로’라는 매우 주관적 증상으로 질병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병적인 피로는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이러한 피로가 1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는 지속성(prolonged) 피로라고 부르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chronic) 피로라고 부른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 달리,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매우 쇠약하게 만드는 피로가 지속된다.

피로를 초래하는 요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물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것을 중추신경계 장애에 의한 질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근거로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에게서 집중력 장애, 주의력 장애, 기억력 장애, 감각 이상 같은 증상이 빈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피로의 명쾌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환자 본인의 경우 펜을 들 기력조차 없다고 호소하지만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질병을 CFS라고 명명하고 미래에 암보다 더 심각한 질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쉽게 질병으로 간주할 피로는 풍선에 바람을 넣어 팽팽한 상태를 활기가 넘치는 것으로 보았을 때 바람이 완전히 빠지거나 펑크가 나 터져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바람이 30% 빠진 상태를 질병으로 보느냐, 마느냐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공기압이 적정치 이상 빠지면 고속주행 시 타이어가 터진다.

이 경우 운전자는 심각한 불안을 느끼는데 막상 점검을 하면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반 건강상태, 즉 아직 병이 오지 않은 상태지만 치료를 필요로 한다. 다른 전문용어로는 치미병(治未病: 질병 전단계에서 치료함) 단계로 보아 예방의학적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와 살도 인체 세포 중 하나지만 전체 세포를 대신하는 대명사 역할을 한다. 먹는 것이 피와 살이 된다. 즉 먹는 것이 세포가 되는 것이다. 바닷물이 빠지지 않은 모래로 집을 지으면 무너지는 것처럼 먹을거리가 정성이 빠진 화학식품덩어리가 되면 우리의 세포는 자연에서 멀어지며 병들게 되는 것이다.

먹는 것을 먹어치우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인간이 청소부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 조상은 좋은 음식, 정성이 든 음식,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섭생(攝生)이라고 해 생명의 원천으로 보았다. 자신의 먹는 것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자연에서 멀어졌는지, 생명력에서 멀어졌는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건강한 생명은 건강한 환경에서 오며 모든 동식물 먹을거리는 우리 세포의 원료가 된다. 질병의 근원이 되는 세포의 병변을 보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이 되는 먹을거리의 기본을 확립해 정성을 기울임이 마땅하다. 이는 곧 난치병을 이기는 가장 정확한 토대가 될 것이다.

박치완 경희성신한의원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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