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 대검 공안부장 발언…진상과 의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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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진형구 (秦炯九)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 파문이 일자마자 청와대와 검찰은 "취중에 한 말" 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은 8일 오후 비밀문건으로 분류되던 당시의 공안자료들을 비공개를 조건으로 기자단에 열람케 했다.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는 일일보고서의 어느 곳에도 파업 유도를 사전계획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秦검사장의 발언은 너무 구체적이었고 조폐공사의 당시 파업 상황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 발언 내용 = 秦부장은 이번 검찰 인사에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했고 7일 대검 간부들과 오찬을 하며 폭탄주를 몇잔 마셨다고 한다.

그 뒤 秦부장은 이임 인사차 찾아온 기자들에게 "조폐공사 파업은 사실 우리가 만든거다.

공사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조폐공사를 타깃으로 파업을 유도했다.

조폐공사 사장이 내 고교 후배다.

그런데 조폐공사가 파업을 신통치 않게 해 싱겁게 끝났다.

조폐공사가 강하게 나와 공권력이 이를 진압했으면 나중에 지하철 파업도 없었을 것이다.

총장에게도 보고했는데 무슨 얘기인지 잘 못알아듣더라" 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秦부장은 올 봄 춘투 (春鬪) 확산을 잘 막아냈다는 검찰 내부의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임을 앞두고 공안부장으로서 그동안 자신이 세운 공 (功) 을 강조하려고 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없는 얘기를 그런 식으로 지어내 할 수 있었을지가 의문이다.

◇ 검찰의 사전기획 여부 = 秦부장에 따르면 검찰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벌어질 공공부문 파업을 의식, 작전을 짰고 그 대상이 조폐공사 노조가 됐다는 것이다.

노조 하나를 골라 파업을 부추긴 뒤 강력히 진압하면 다른 노조에 본보기가 된다는 계획이다.

秦부장은 계획이 미수에 그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폐공사 노조가 진압 이전에 쉽게 무너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폐공사 파업은 7월부터 시작됐는데 검찰은 12월 1일 공안합수부 회의를 통해 사법처리 결정을 했다" 며 "파업유도는 사실이 아니다" 고 말했다.

◇ 총장 보고 여부 = 당시 검찰총장인 김태정 법무장관은 이날 "파업유도가 사실이 아니며 보고 받은 바도 없다" 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공안부의 당시 관련 자료를 일부 열람시켰는데 여기에 그런 내용은 없다.

그러나 "보고했는데 총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라" 는 秦부장의 진술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비공개 보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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