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딛고 한국 경제가 일어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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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접어들자 세계적 카메라업체인 캐논은 어려움에 빠졌다. 이에 따라 95년 취임한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孵뵨夫)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폈다. 핵심 역량인 광학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복사기·프린터 등을 강화하면서 PC·LCD 등 7개 사업에서 철수했다. 디지털 카메라 신기술 개발을 선도하며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창출했다. 연구개발(R&D)투자를 확대해 기술력을 높였다. 고용안정을 강조하며 종업원을 안정시켰다. 95년 550억 엔이던 캐논의 당기순이익은 2005년 3480억 엔으로 7배 성장했다.

매킨토시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평가받던 미국의 애플은 1980년대 후반부터 쇠락을 길을 걷는다. 특히 96년 8억2000만 달러, 97년 10억5000만 달러의 대규모 손실을 내며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다. 97년 애플의 구원투수로 나선 스티브 잡스는 과감한 R&D투자와 신제품 개발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불황에 시달렸던 99~2000년 오히려 R&D투자를 늘렸다. 직원들에게는 혁신의 중요성과 업무에 대한 열정을 강조했다. 반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를 써 내부가 보이는 일체형 PC ‘아이맥(iMac)’을 선보이며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어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세계시장을 선도했다. 애플의 매출은 97년 1억 달러에서 2008년 325억 달러로 4.5배 늘었다. 기업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 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의욕이 떨어진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며 고용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조직의 목표 의식과 미래 비전이 약화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중요해진다. 뛰어난 CEO는 시련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올바른 선택과 결단, 추진력으로 조직에 힘을 불어넣는다. 혁신과 열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적극적인 투자로 혁신 제품을 만들며 수요를 창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1년.

한국은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경기는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 같은 빠른 위기탈출 뒤에는 국내 대표 기업의 CEO들이 있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 과감한 투자, 기술개발, 고용안정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뛰어난 실적을 낸 리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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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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