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사 배경] 정치인.검찰 출신 대폭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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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있은 국가정보원 차장 (기조실장 포함) 인사는 '천용택 (千容宅) 원장 체제' 가 본격 가동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원장에 이어 수뇌진 모두 교체됨으로써 내곡동 청사에 새 바람이 불게 됐다" 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정치권과 검찰 출신의 퇴진. 이종찬 (李鍾贊) 전 원장이 정치권 진입을 위해 물러난 지 열흘 만에 나종일 (羅鍾一) 1차장.신건 (辛建) 2차장.문희상 (文喜相) 기조실장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이는 지난 5.24 개각 때 국회의원 겸직 각료나 정치희망 인사를 모두 교체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대신 정보 전문가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황재홍 국정원 공보관은 "전문가를 핵심 요직에 배치,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조치" 라고 설명했다.

대북 정보업무를 맡는 국군 정보사령관 출신인 권진호 (權鎭鎬) 전 국제문제조사연구소장의 1차장 발탁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지만 그는 정보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은데다 千원장 (육사16기) 의

육사 3년 후배다.

국정원과 군사협력관계를 긴밀히 하려는 국방장관 출신 千원장의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엄익준 (嚴翼駿) 2차장의 기용도 의외라는 게 국정원 내부의 반응이다.

현 정권 들어 북풍사건의 여파로 지난해 3월 정보 현장 (당시 3특보) 을 떠날 때 그의 화려한 복귀를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30년 넘은 그의 국정원 생활 중 북한 파트에서 주로 일한 경력은 국내 담당인 2차장 자리와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그가 국정원 업무의 전반을 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점에서 가장 '적임' 이라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여기에 내부 승진 요소를 통한 사기진작 측면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기조실장을 맡은 최규백 (崔奎伯) 전 대공정책실장도 정통 국정원맨. 그는 대부분 대공쪽에서 일해왔다.

崔실장은 안기부 광주지부장으로 있다가 지난해초 국정원 개편 때 대공정책실장을 맡았다.

嚴차장과 崔실장은 호남 출신이다.

국정원 운영방향에 대해 千원장은 " (우리 내부) 개혁이 외형에만 그치면 낙오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출신들을 핵심 포스트에 배치, 국정원의 위상.역할에 내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정부 내부에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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