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끌려가느냐, 끌고 가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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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예선 결승>
○·이원영(아마) ●·한웅규 초단

제6보(60~74)=흐름을 파악하여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고수의 필수적인 덕목이다. 과거엔 ‘50수 이전에 승부를 알면 고수’라 했지만 그건 귀와 변을 중시하던 옛 바둑의 얘기다. 현대 바둑은 ‘중앙’을 중시하며 전투적으로 움직이기에 변수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50수 언저리에도 감(感)은 잡아야 한다. 그래야 전략의 강온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흑▲는 흐름을 잘못 읽은 ‘느린 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불리하지 않지만 ‘끌려가는’ 형국을 반전시킬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원영의 60은 도전적이다. A의 침공이 한시가 급한 현안인데도 좌변 흑부터 노리고 있다. 한웅규가 61~72까지 이쪽을 결정한 것은 대마를 확실하게 안정시킨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상변 백이 튼튼해져 고민이 하나 생겼다. 좌변을 받을 생각은 애초에 없다. 그러나 A쪽을 방비하느냐, 73으로 가느냐가 고민인 것이다. ‘참고도’ 흑1은 매우 큰 곳이다. B나 C로 집을 부풀리는 보너스도 있다. 백2로 상변이 몽땅 집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우하 쪽에선 주도권을 잡게 된다. 끌려가는 흐름을 끌고 가는 흐름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고심하던 한웅규는 결국 73으로 갔다. 박영훈 9단은 ‘어려운 대목’이라고 말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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