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엔 정성·손맛·사랑·진실 담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3면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담는 것입니다.”

지난 여름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일본식 면요리인 소바 열풍이 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과 짭조름한 장맛이 어울린 소바는 무더위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으려는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 메뉴가 소바의 본고장 일본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도쿄의 ‘리큐앙’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리조트의 조리사가 일본까지 가서 조리법을 배워온 것이다.

이처럼 오크밸리리조트의 음식은 남다르다. 리조트에서 판매되는 수십 가지의 음식이 집에서 해먹는 것처럼 정성이 가득하면서도 깔끔하고 담백하다. 모두 오크밸리를 설립한 이인희(사진) 한솔그룹 고문의 음식 철학에서 비롯됐다. 한솔그룹 내에서 이 고문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깐깐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좋아한다는 이 고문은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하게 해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라고 강조한다. 만든 이의 정성·손맛·사랑, 그리고 진실이 담겨 있지 않으면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이 고문의 열정은 최근 선보인 소바·오크밸리수면·장어구이·생과일아이스바 등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들 메뉴는 오크밸리 메뉴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소바가 대표적 케이스다. 이 고문은 올 여름 소바를 내놓기로 하고 지난 6월 한 달 일정으로 조리사를 일본 도쿄 한복판 긴자에 있는 리큐앙으로 파견했다. 리큐앙은 “도쿄에서 소바를 먹었다”고 말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만큼 손꼽히는 소바 전문점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지난달 선보인 소바는 단숨에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리조트 회원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들로부터도 극찬이 쏟아졌다. 리조트 관계자는 8월 한 달 동안 리조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메뉴가 소바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어떤 음식이든 본고장 맛이 최고입니다. 소바도 마찬가지에요. 당연히 현지의 맛을 따라야죠”라며 메뉴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중식당 영상원에서 내놓는 수면은 이 고문의 고집으로 완성됐다.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특급호텔 출신 주방장이 무려 17차례나 레시피를 바꿨을 정도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데 어떻게 손님 상에 내놓겠어요. 필요하다면 100번이라도 바꿔야지.”

이 고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생과일아이스바는 복분자·멜론·산딸기 등 갖가지 과일과 단팥을 통째로 얼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효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 이 고문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장맛이다. 모든 음식의 기본은 장맛이란 판단 아래 오크밸리 특유의 된장을 개발하기로 하고, 올 해 서리태콩 재배를 시작했다. 이번 가을에 수확한 콩으로 된장을 담가 3년 숙성시킨 후 오크밸리 회원 및 일반 고객들에게 ‘오크밸리 검은콩 된장’이란 이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 고문은 “3년 뒤 오크밸리의 음식 맛을 보고 다시 평가해 주세요. 확실히 달라져 있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글=박상언 기자, [사진=오크밸리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