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힙합 양지로…'검은 소리' 음반내며 지상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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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금속성 굉음과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록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언더그라운드. 언제부턴가 이 '지하공간' 에선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리듬이 울려퍼지고 있다.

이름하여 '언더그라운드 힙합' .저마다 힙합음악을 추구한다며 TV등을 통해 활동하는 가수들과는 그래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클럽 등에서 주로 매니어들을 대상으로 음악세계를 펼치던 언더그라운드 힙합 가수들이 지상으로 뛰쳐 나왔다.

최근 발표된 '검은소리' 라는 음반이 그 첫 주자. 하이텔 힙합 동호회 '검은소리' 멤버들이 직접 만든 음악을 담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음반에 담긴 가리온.후스 더 맨.커빈.페사오 등의 낯선 그룹의 낯선 음악을 '아마추어의 취미활동' 정도로만 치부하면 곤란하다. 이들은 정기 공연을 가지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가수들이다.

'검은소리' 는 한국 언더 힙합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다. 97년만 해도 그저 좋아서 스스로 곡을 만들어 끼리끼리 즐기던 것이 점차 발전해 지난해부터는 팀이 한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매주 공연을 갖다 보니 실력도 늘었다.

대표적 언더 힙합팀인 가리온의 경우 래퍼 김진표가 "한국 힙합 음악 중 단연 최고" 라고 평가할 정도. 대개 힙합 매니어 출신이고 상업적 성공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꾸준히 추구하는 탓에 수준높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

이러한 탓에 이들의 공연에는 '대형 신인' 을 노리는 가요 기획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또 DJ DOC의 이하늘, 김진표, O - 24 같은 '오버 가수' 들도 가끔 이곳을 찾는다.

가리온의 이재현 (28) 씨는 언더 힙합이 나아갈 바를 설명한다. "한국 힙합문화는 거품에 묻혀있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적 상황과 선율이 녹아들지 않은 탓입니다. 언더의 존재이유는 이를 극복하려 노력한다는 점 아닐까요. "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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