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10시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셔틀버스 정류장. 퇴근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2백여명의 승객들이 50여m 떨어진 지하철역 계단까지 내려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두 대가 떠난 뒤 세번째 버스에 올라탄 회사원 김민영 (金旻榮.32.서울관악구신림동) 씨는 "매일 10분 이상 기다린뒤 손잡이조차 잡을 수 없는 콩나물시루 버스에 시달리기도 이젠 지쳤다" 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같은 혼잡에는 아랑곳 없이 회차지점인 당산역에는 7~8대의 버스가 시동을 건 채 늘어서 있다.
한 버스 운전사는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운행간격을 맞추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뿐" 이라고 해명했다.
오후 9시 이후 홍대입구역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밤마다 '귀가전쟁' 을 벌이고 있다.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가 야간 승객수를 고려하지 않고 배차간격을 정해 밀려드는 승객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
96년 12월31일 당산철교 철거작업이 시작되면서 운행돼 온 셔틀버스는 모두 27대가 홍대입구역~ 합정역~당산역 구간을 하루 6백회 왕복운행하며 6만여명을 실어나르고 있다.
셔틀버스는 평일의 경우 ▶오전 7~9시, 오후 6~8시 1분 ▶오전 6시 이전, 오후 10시 이후 4분 ▶그 외 시간 2분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야간시간대 4분의 배차간격은 홍대입구역 주변의 특수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게 승객들의 주장.
회사원 황태경 (黃泰景.35.경기도군포시산본동) 씨는 "유흥업소 등이 많은 홍대입구역 주변에는 오후 9시 이후 승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 며 "현장에 한번이라도 나와보고 배차간격을 정했는지 의문" 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승객이외의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