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조선 중기 능호 즉흥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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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화는 가을서리에 고운 빛 드러내고

매화는 섣달 눈속에서 찬 향기 뿜어내네

울긋불긋 온갖 꽃 봄에 들 가득하고

비 갠 가을 9월은 쑥대만이 남았네

- 조선 중기 능호 (能皓) 즉흥시편

조선 선조~인조 연간의 어려운 시절 선가 (仙家) 의 도인 이사연이 사귀고 있던 풍수지리의 대가 능호는 이따금 짤막짤막한 즉흥시를 읊어냈다.

그는 본디 티베트 사람인데 고도 4천m의 고향을 떠나 인도.중국을 거쳐 극동 조선에 귀화한 승려다.

중국 이름은 성원 (性圓) 이며 하루 한끼 먹는 것은 잣과 잣잎, 그리고 육천기수 (六天氣水) 였다.

세상의 도와 변화를 노래하는데 그의 '답사기' 는 동양의 여러 명당을 짚었다.

그러나 그는 땅값보다 사람값을 더 치고 있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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