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 DJP 인선 특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개각 발표를 몇시간 앞둔 23일 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도 아직 확정짓지 못한 인사가 꽤 된다.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를 "솔직히 인재 풀이 여의치 않기 때문" 이라며 "특히 교수나 외부 전문가들의 경우 고사한 예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토로했다.

24일 막상 뚜껑이 열린 김대중 정부 2기 내각의 면면을 보면 여권 내부의 이런 고민이 적잖게 배어 나온다.

당초 청와대는 교체대상 장관 후임으로 3~4배수의 후보들을 올려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설 부처를 포함, 이날 발표된 장관급 인사 13명 중 '밖에서 충원된' 인물이라곤 손숙 환경부.김덕중 교육부장관과 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 정도다.

그나마 金장관은 새교육공동체위원장, 金위원장은 정부조직개편위원 등을 맡아 새 정부의 이너서클에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순수한 외부 발탁 케이스는 孫장관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환경정책을 총괄하게 될 연극인 출신 孫장관의 경우 환경과 연관지을 수 있는 이력이란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직책뿐이다.

경제팀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경제수석이 장관으로, 장관이 또다른 장관으로, 차관이 장관으로 수평 이동했을 뿐 새 얼굴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대목은 金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이미 검증된 사람을 선호하는데다 정권 출범 초부터 "사람을 자주 바꾸지 않겠다" 며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해온 점과 연결시켜 볼 수도 있다.

반면 일부에선 "현 여권의 인재 풀에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 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경우는 김태정 검찰총장의 법무장관 임명이다.

그동안 원로 법조인.교수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金대통령은 검찰총장 임기만료 두달을 남겨둔 김태정 카드를 택했다.

법조계에선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검찰총장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검찰권의 연속성을 의식한 때문" 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검찰 내에서 현 정부가 믿을 수 있는 인맥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성각료 30%' 라는 대선공약이 무색하게 여성장관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것도 인재 풀의 한계 때문이라는 게 중론. 김중권 비서실장도 "당초 유력한 여성후보를 접촉했으나 개인사정을 이유로 고사해 기용하지 못했다" 고 했다.

박지원 공보수석의 문화관광부장관 임명도 같은 맥락이다.

朴장관의 심정변화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총선 출마 장관들을 교체한다는 게 이번 개각의 대전제였다는 점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부분인 것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두번의 개각을 통해 DJ 인선 (人選) 의 특징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고 했다.

하나는 개혁정책에 대한 충성도이고, 또다른 하나는 국정운영의 연속성. 그러다 보니 비정치 내각을 표방했지만 DJ그룹이라는 범위를 뛰어넘는 과감한 발탁은 한계를 드러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같은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인사 (人事) 를 통한 통치기반의 확대, 인재 풀의 확대라는 목표는 당분간 차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