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박동진 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소재기술 프로젝트팀 박동진 (朴東鎭.32) 대리는 20일 "세계적인 신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는 통보를 받자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에게 2억원은 7년치 연봉과 맞먹는 액수. 지난 95년 말 경력사원으로 삼성에 입사한 지 불과 3년반만에 큰 성과를 올리면서 엄청난 돈도 챙긴 것이다. 더욱이 석.박사가 아닌 학부 (중앙대 화학과) 출신의 그가 세계 첨단의 기술을 개발한 결과라 업적이 더욱 눈길을 끈다.

朴대리가 개발한 기술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 (異物質) 을 제거하는 공정과 물질. 이 기술은 그동안 전량 수입해 사용됐다.

그가 이 기술의 국산화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초. 5명의 연구팀은 이때부터 밤샘 연구에 나섰다. 목표는 이물질을 녹여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유기화학물질의 개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존에 등록된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신물질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 유기물 분석연구에 남다른 재능을 지녔던 朴대리는 각종 화학물질을 혼합, 신물질을 개발했지만 번번이 외국기업이 갖고 있는 특허에 걸렸다.

이럴 때마다 인터넷 등으로 각종 특허정보를 검색하는 한편 연구실에서 1㎞ 정도 떨어진 생산현장을 하루에도 몇번씩 오가며 새 공정을 시험했다.

마침내 지난해 7월 신제품이 개발됐다. 20ℓ당 2백달러인 수입제품에 비해 25~30%가량 싸게 먹혔다.

성능은 대만족. 생산원가를 월 1억원 이상 줄일 수 있었고, 특히 현 주력제품인 64메가D램은 물론 2백56메가D램 등 차세대 제품 공정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일본.미국 등 7개국에 특허를 출원하자 이번에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로열티를 내고 제조 및 판매권을 사가겠다고 제의가 들어왔다. 계약은 바로 체결돼 연간 수백만달러의 로열티수입도 얻게 됐다.

그러자 회사측이 신 인센티브제를 적용, 그에게 파격적인 보너스를 지급키로 한 것. 삼성은 지난해에도 3명에게 1억4천만원을 지급한 바 있지만 개인에게 2억원을 지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